비단 위에 강렬한 색채로 그린 이 화사한 모란 그림은 뜻밖에도 조선 왕실의 흉례(凶禮) 때 사용되던 것이다. 모란이 뿌리에서 가득 뻗어 나는 모습을 표현한 4폭 병풍의 일부로, 망자의 관 주위에 두르거나 혼전(왕이나 왕비의 국장 뒤 3년 동안 신위를 모시던 전각)의 벽에 붙였던 것이다. ‘꽃의 왕’이라는 모란이 주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통해 상장례의 공간을 신성하게 만드는 동시에, 풍성한 꽃의 이미지로 왕실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려는 목적이었다.

‘모란도 병풍’(일부), 19세기 조선, 비단에 채색, 화면 폭 212.2×74.8㎝.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7일 개막해 10월 31일까지 여는 ‘안녕, 모란’ 특별전은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귀한 꽃이었던 모란을 통해 조선의 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전시다. 모란도 병풍,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의 혼례복, 신주를 운반하는 가마, 그릇과 가구 등 모란 무늬가 담긴 유물 120여 점이 공개된다. 창덕궁 낙선재에서 담아 온 모란꽃 향기가 전시 공간을 채운다. 전시는 무료지만 온라인 예약이나 현장 접수를 통해 시간당 100명까지만 관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