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중앙교회 침례식

몇 년 전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침례식(浸禮式)를 처음 보았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예배당 강대상 뒤편에 마련된 ‘침례탕’에 고명진 담임목사님이 들어가 계시고 침례 받을 교인들이 차례대로 줄지어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고 목사님은 한 사람씩 침례탕에 들어올 때마다 “씨, 예수님을 당신의 구주(救主)와 주님으로 영접합니까?”라고 물었고 교인은 “아멘”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고백을 들은 목사님은 교인의 코와 입을 수건으로 막고 등에 손을 대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하노라”라고 선언하며 뒤로 물에 풍덩 빠졌다 나오게 했습니다. 흰 가운을 입고 줄지어 침례탕에 들어온 교인들은 침례 직전에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물에 풍덩 빠지지만 막상 침례 후에는 기쁜 표정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저는 예배당 좌석에 앉아 교회 내 TV화면을 통해 중계되는 장면을 보고 있었지만 모니터를 통해서도 그 기쁨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영산수련원에서 개최한 침례식 장면. /여의도순복음교회

세례(洗禮)와 침례(浸禮)는 개신교와 천주교에서 ‘육체는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상징하는 예식’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느냐”고 묻는 바리새인 니고데모에게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요한복음은 전하고 있지요. 그만큼 세례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천주교에서는 모든 성사(聖事)의 첫 번째이자 관문이 세례입니다. 세례성사 혹은 성세(聖洗)성사라고 부르는 세례를 받지 않으면 견진·성체·고해·혼인·병자성사 등 나머지 성사를 받을 수 없는 것이지요.

2017년 염수정 추기경이 유아의 머리에 세례수를 흘려주며 세례하고 있다. 천주교는 성인 신자가 세례 받을 때에도 세례수를 머리에 부어 흘러내리도록 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영어로는 둘 다 ‘baptism’이라고 씁니다만 세례와 침례는 차이가 있습니다. 세례는 머리에 물을 묻히거나 이마에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와 달리 침례는 머리까지 몸 전체가 물에 잠겼다 나오는 방식이지요. 성경에서 예수님이 세례 요한으로부터 받은 세례도 요르단강에 몸을 담그는 침례였지요. 그래서 초기 교회에서는 침례를 위해 원형 혹은 8각형 목욕통이 갖춰졌다고 합니다.(가톨릭대사전) 그러나 초기에도 침수하기 어려운 병자나 한꺼번에 여러 사람에게 세례를 줄 때에는 물을 뿌리는 방식도 병행됐다고 합니다. 이후 15세기에 들어서는 천주교에서 침례는 사라지고 세례가 일반화됐다고 합니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역시 침례 대신 세례가 일반화 됐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침례를 하는 개신교 교단도 있습니다. 국내에선 침례교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대표적입니다. 흔히 기하성으로 줄여부르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교단입니다. 침례교와 기하성 교단의 교회들에는 ‘침례탕’이 있습니다. 보통 때는 커튼 등으로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규모가 큰 교회에는 침례탕이 갖춰져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엔 보통 2개월에 한번씩 그리고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 주요 절기에 침례식이 열리곤 했습니다. 7월말~8월초 무더위 때에는 논산훈련소의 풀장에서 대규모 진중(陣中) 침례식이 열리곤 했지요. 침례교 목사인 극동방송 김장환 이사장님이 주관한 2016년 진중 침례식 땐 목회자 60명이 풀장에 들어가 4861명 훈련병에게 침례식을 열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세례·침례도 사실상 거의 중단상태입니다. 천주교의 경우, 코로나 발발 직후엔 중단했던 세례를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재개했지만 참여는 저조합니다. 최근 발표된 2020년 천주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례를 받은 사람은 3만 285명. 2019년의 8만 1039명보다 62.6%나 줄었습니다. 국방부 지침에 따라 방역수칙이 엄격하게 적용된 군종교구는 신규 세례자가 전년보다 78.7% 감소했다고 합니다.

장로교 교회의 세례식. 장로교는 목회자가 손가락을 모아 물을 떠서 세례 받는 교인의 머리에 얹는 방식으로 세례한다. 사진은 충남 서천 한산제일교회(정진모 담임목사)의 세례식 장면. /서천 한산제일교회

개신교 역시 대규모 세례식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세례식 이후엔 성찬식(聖餐式)이 이어지곤 했는데, 대면(對面) 예배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다중이 모여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찬식을 열기엔 부담이 너무 큰 탓이지요. 침례식은 더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신교 특히 장로교의 세례는 서로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목회자가 물을 손에 찍어 머리에 안수하는 방식이기에 그나마 직접적 접촉면이 적은 편이지만 침례는 같은 물 속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야 하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지요. 세례식과 침례식을 직접 진행하지 못하다보니 천주교와 개신교는 새 신자를 맞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새 신자 교육도 주로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고 일부 개신교 교회는 일정 교육을 마치면 우선 교인 등록부터 받고 있답니다. 정식 세례식·침례식은 코로나 이후로 미루고 있는 것이지요.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어디까지 바꿔놓을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