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의 모친(이복순 여사)에 대한 효심은 각별했다. 정 추기경은 부친의 존재를 모르고 자랐다. 정 추기경 부친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진 것은 2006년 추기경 서임 이후. 당시 한 언론을 통해 부친이 사회주의운동을 하다 광복 후 월북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정 추기경은 부친에 대한 기억이 없는 대신 모친에 대해서는 특별한 애틋함을 표하곤 했다. 이 여사는 삯바느질까지 해가며 키운 외아들이 사제가 되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철저히 거리를 뒀다. 1970년 정 추기경이 청주교구장이 된 후에도 서울에서 혼자 지내던 이 여사는 1994년에야 청주로 이사했다. 모자(母子)가 단 둘이 찍은 사진도 거의 없다. 정 추기경이 청주교구장에 임명됐을 때 축하연에서 “다른 건 필요 없고 그저 주교님(정 추기경)이 사진 한 장 같이 찍어 주시면 좋겠네요”라고 해 활짝 웃으며 촬영한 사진이 거의 유일하다. 어머니는 1996년 선종하며 안구를 기증했다. 당시 정 추기경은 주위의 만류에도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며 안구 적출 수술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정 추기경이 각막 기증 의사를 확고히 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추기경은 어머니 선종 후 유산을 모두 정리해 충북 증평 초중리에 땅을 사서 청주교구에 기증하고 이 자리에 초중성당을 건립했다. 그는 추기경 임명 후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무엇을 해드리고 싶냐”는 질문에 “절을 하고 싶어요. 끝없이 많이…”라고 답했다.
이틀새 2만명 조문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대성당엔 28일 1만명에 이어 29일에도 1만여명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개방되는 성당엔 1m씩 거리를 둔 상태에서 유리관에 안치된 정 추기경을 만날 수 있는데 천주교 서울대교구뿐 아니라 전국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조문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장례위원장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유리관 앞에서 묵상기도 후 기도문을 함께 읽었다. 문 대통령은 염 추기경에게 “정 추기경님이 교회와 사회에 진정한 행복, 나눔, 청빈 등 좋은 선물을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정 추기경님은 매일 묵주기도 때 우리나라와 위정자들 그리고 북한 동포들을 하루도 잊지 않고 기도하셨다”며 “저도 그 지향으로 기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