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는 “종말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항상 깨어있으라는 당부로 끝난다”며 “묵시록은 재앙과 종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을 통해 구원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신약성경은 글자 그대로가 아니라 문맥을 잘 살펴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성경 해설서는 너무 쉽거나 어렵더군요. 성경을 읽어봤지만 궁금한 점이 있는 독자를 위한 책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성서학자인 가톨릭대 교수 허규(50) 신부가 최근 ‘말씀으로 읽는 신약성경’(가톨릭대출판부)을 펴냈다. 신약성경을 4대 복음서부터 요한묵시록까지 100가지 말씀(사건) 중심으로 해설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성서학을 공부하고 ‘요한묵시록’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허 신부는 성경을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해설한다. 지난해 요한묵시록의 상징을 해설한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 수 2만회를 넘는 등 허 신부의 강의는 신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 책의 특징 역시 성경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궁금증이 있었던 신자들에게 눈높이를 맞췄다는 점. 가령, 마르코(개신교는 마가) 루카(누가) 요한 복음서 등 다른 3종의 복음서는 ‘하느님 나라’라고 쓰는데, 왜 마태오(마태) 복음서만 ‘하늘 나라’라고 썼을까. 허 신부는 “마태오 복음서는 유대인을 독자로 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하느님을 호칭·지칭하는 것을 삼갔던 유대인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 이에 반해 루카 복음서는 유대인들의 전통을 거의 서술하지 않는다. 이방인들을 독자로 삼았기 때문이다.

과학과 합리를 따지는 현대인들은 성경 속 예수님 기적이 진짜일까 궁금해한다. 막상 성경엔 기적의 내용은 대개 간략히 서술한다. 대신 그 기적을 통해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당시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상세히 적는다. 허 신부는 “사건의 놀라움보다 그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예수님의 신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십자가 부활 이후의 스토리, 즉 사도신경과 바오로 서간 등을 복음서와 비슷한 분량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공간적으로 보면, 4대 복음서가 예수님이 갈릴래아 지방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직선적 서술이라면, 사도신경 이후의 서술은 예루살렘에서 소아시아와 로마로 복음이 방사형으로 확산하는 내용이다. 허 신부는 “개인적으로는 예수님 이후 초대 교회가 혼란을 거쳐 서서히 자리 잡아 가는 과정 자체가 관심”이라고 했다. 교회 제도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변화·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문맥으로 읽기’의 장점은 그의 전공인 요한묵시록 부분에서 확연해진다. 지금도 시한부 종말론자들 사이에선 묵시록에 등장하는 ’14만4000명'이란 숫자가 자주 인용된다. 이 숫자 안에 들어야 ‘휴거’ 때 구원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허 신부는 “열두 지파로 나타나는 구약의 하느님 백성과 열두 사도로 상징되는 예수님 시대의 믿는 이들을 모두 일컫는 숫자”라고 말한다. 즉, 12×12에 모든 사람을 상징하는 1000을 곱해서 나온 수가 14만4000이며 이는 ‘하느님을 믿는 백성 모두’를 뜻한다는 것이다.

허 신부는 “독자들이 성경이 쓰인 당시의 역사·시대상·풍습과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이 책에 인용된 100개의 구절을 통해 성경을 다시 찾아 읽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