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봉사)를 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청년들의 꿈이 현지에서 교회와 학교로 되살아나고 있다.

예장 합동 교단 총회장인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최근 요한기념사업회에 선교 후원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요한기념사업회는 경남 사천시 사천교회 정계규(62) 목사의 외아들인 고 정요한씨를 기리는 단체. 2010년 당시 24세로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정씨는 말레이시아령(領) 보르네오섬으로 단기 선교를 떠났다.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자동차로 다시 3시간, 도보로 2시간을 가야 하는 오지였다. 사고는 봉사를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 발생했다. 봉사단 여성 3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리자 정씨와 동료 김성현(당시 20세 연세대)씨가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여성들은 구하고 자신들은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2010년 보르네오로 선교를 떠났다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3명을 구하고 숨진 정요한씨. /요한기념사업회 제공


정씨는 의사자로 지정돼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정씨는 예배 전 은행에서 새 지폐로 헌금을 바꿀 시간이 없을 땐 헌 지폐를 다리미로 다려서 낼 정도로 신앙심이 독실한 청년이었다. 정씨는 어떤 예감이 있었는지 단기 선교를 떠나기 전 예금 통장을 깨끗이 정리해 잔액을 5209원만 남겼다고 한다.


의사자 정요한씨가 기도하는 생전 모습. /요한기념사업회 제공


아버지 정 목사는 아들 장례식에서 ‘사랑의 원자탄’으로 유명한 손양원(1902~1950) 목사의 9가지 감사 기도에 한 가지를 더 보태 10가지 감사 기도를 드렸다. 손양원 목사는 여수 애양원에서 나환자를 돌보다 여순 반란 사건 당시 두 아들을 반란군에게 잃었다. 그러나 가해자를 용서하고 양자(養子)로 받아들였고 6·25 당시 공산군에게 희생됐다. 정 목사의 10번째 감사 기도는 ‘천국이 얼마나 그리운지 이제야 깨닫게 하시니 감사드린다’는 것이었다.

대전 국립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 안장된 정요한씨의 묘. /요한기념사업회 제공


정 목사는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에 사비를 보태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보르네오 현지에 아들 이름으로 네 교회를 건축했다. 또 현지 대학생 10명에게 4년간 장학금을 지급했고 현지 지도자와 어린이들을 한국에 2차례씩 초청하기도 했다. 숟가락을 사용해본 적이 없을 정도의 오지 마을 사람들의 여권 만들기부터 모든 과정을 도왔다. 기념사업에 드는 비용은 전액 정 목사가 따로 마련해왔다. 정 목사는 본지 통화에서 “아들 사후에 들어보니 일주일에 이틀 이상 금식(禁食)하면서 모은 금액을 어려운 주변 사람들과 나눴다고 한다”며 “새에덴교회의 기부금은 현지에 선교센터를 건립하는 데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요한씨를 기념해 보르네오에 세운 네 교회 중 세 번째로 딴중삽마을에 세운 교회. /요한기념사업회 제공


서울 종교교회(최이우 담임목사)는 네팔에 학교를 세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기는 지난 2018년 이 교회 단기 선교팀 일원으로 네팔을 찾았던 박진아(당시 27세)씨가 현지에서 급성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난 일이었다. 당시 유치원 교사 임용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던 박씨는 사후에 합격 통지를 받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봉사를 떠나기 전 박씨의 마지막 기도 제목은 임용 시험 합격이 아니었다. ‘아빠가 다시 교회 나가게 해주세요’였다.


2018년 서울 종교교회의 네팔 단기 선교(봉사) 중 급성 패혈증으로 숨진 박진아씨. /종교교회 제공
네팔 봉사 중 숨진 박진아씨가 현지 어린이들과 함께 어울린 모습. 유치원 교사를 꿈꿨던 박씨는 사후에 임용 고시 합격 통지를 받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종교교회 제공


박씨 사후에 벌어진 일들은 감동적이다. 초등학생 때 교회에 출석하다 발길을 끊었던 박씨의 아버지는 현재 다시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교회는 박씨의 사고를 순직(殉職)으로 보고 네팔 선교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카트만두 한인 교회에 ‘박진아 기념홀’을 만들었고, ‘하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라는 책을 펴낸 뒤 가족에게 위로금도 줬다. 그러나 박씨 가족은 위로금 수령을 사양하고 네팔 현지에 학교를 세우는 데 보태달라며 다시 기부했다.


2020년 1월 네팔 카트만두 한인 교회에 박진아 기념홀 봉헌 예배 후 부착된 동판. /종교교회 제공
2020년 1월 23일 종교교회 최이우 담임목사 등 교인들이 네팔 현지를 방문해 카트만두 한인교회에서 박진아 기념홀 봉헌예배를 드렸다. /종교교회 제공


교회는 2022년 6월을 목표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10여 학급 규모의 ‘JINA SCHOOL’(진아학교)을 세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현지 방문이 어렵지만 꾸준히 현지 선교사를 통해 학교 터를 알아보고 재원을 모으고 있다. 최이우 목사는 책 ‘하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서문에서 “그의 삶과 헌신과 죽음은 그야말로 한 알의 밀알이 되었다”고 적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