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무대에 오르는 K-스토리 영상 콘서트 ‘위대한 청춘’의 예술감독을 맡은 유인택 전 예술의전당 사장. 그는 “관객이 가만히 앉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 역사잖아요. 눈물겨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요. 그 이야기를 아름다운 우리 가곡으로 풀어내 영상을 입히고 무성영화 변사 같은 해설도 붙였더니, 가곡 콘서트는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관객들 눈이 번쩍 뜨이는 게 보이던걸요.”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말투와 눈빛에 여전히 힘이 넘친다. 최근 본지와 만난 유인택(69) 전 예술의전당 사장은 “가곡과 영상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전에 없던 공연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가 예술 감독을 맡아 20~21일 이틀간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무대에 오르는 K스토리 영상 콘서트 ‘위대한 청춘’이 첫걸음이다.

그는 문화계 소문난 ‘아이디어 뱅크’이자 기획자. ‘아리랑’ ‘금희의 오월’ 등 연극을 기획했고, ‘결혼 이야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 시대를 풍미한 영화를 제작했다. 문화 산업 벤처캐피털 펀드도 운용했고,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과 경기문화재단 대표를 지내며 예술 행정가로도 일했다. 이번엔 왜 가곡에 주목했을까.

“국내에 매년 격식 갖춘 오페라 공연이 많아야 스무 번이나 될까요. 해외에서 공부하고 온 실력파 성악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정도론 생활도 어려워요. 예술의전당 있을 때 그게 마음 아파서, 시장 저변을 넓히고 무대를 만들어줄 방법을 고민했어요.” 어릴 때 학교에서 동요와 가곡을 배운 베이비 부머와 그 위 세대는 여전히 우리 가곡에 대한 향수가 있다. 수요층도 존재한다. 못 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아무리 조수미가 나와도 이야기 없이 노래만 스무 곡 부르면 지루해 못 견딘다”며 “연극, 영화, 뮤지컬 다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영상과 스토리를 입혀 가곡 한번 되살려 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사장 때 ‘굿모닝 가곡’ 쇼케이스와 공연을 올리며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봤다.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때도 경기도박물관 공연을 통해 ‘이건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렇게 여러 해 숙성시켜 내놓은 작품이 이번에 공연할 ‘위대한 청춘’이다. 가난해도 희망을 잃지 않던 시절, 경제 성장과 민주화, 선진국 도약의 역사가 ‘비목’ ‘보리밭’ ‘목련화’ ‘내 나라 내 겨레’ 등 주옥같은 우리 가곡, 추억의 영상·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그는 “성악가와 연주자 등 공연 예술인에게는 무대 기회를 주고, 박물관은 관람객을 얻고, 관객은 즐거운 공연을 보니 ‘일석삼조’”라고도 했다. “클래식 공연을 꼭 화려하고 값비싼 전용 공연장에서만 하란 법 있나요. 이번에 유홍준 관장이 흔쾌히 동의해 줘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을 공연장으로 쓰게 됐어요. 전국에 공공 극장이 수백 개, 지자체 축제가 수천 개인데, 스토리 영상 가곡 콘서트는 실내·야외 구분 없이 어디나 갈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형식이죠.”

레퍼토리는 ‘위대한 청춘’뿐이 아니다. 젊은 관객에게 먹힐 만한 사랑 이야기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옛 영화 명장면을 뽑아 스토리와 영상을 입혀 ‘연애의 정석’ 공연으로 만들었다. 첫눈에 반하는 장면만 모아 보여준 뒤 가곡 ‘첫사랑’을 들려주는 식. 유관순 열사와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등의 이야기를 엮어 수원시티발레단의 스토리 영상 콘서트 ‘그날’을 기획하기도 했다. “지역에 원하는 예술 단체가 있다면 라이선스 공연도 줄 생각이에요. 클래식뿐 아니라 발레,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스 등 다른 예술 장르로 확장 가능성도 큽니다.”

그는 “마침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려 영상 저작권 문제 해결도 쉬워졌다.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술 단체들이 지속 가능한 레퍼토리를 갖도록, 공연 예술계에 새 피가 돌아 선순환이 이뤄지게 돕고 싶어요. 이것이 제가 원로로서 우리 문화 예술에 기여할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