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돕도록 만든 로봇 ‘헬퍼봇’이 주인공이지만, 헤어지고 만나고 사랑에 빠지면서도 미래를 두려워하는 연인의 보편적 감정이 애틋하게 그려진다. 가사와 음악도 한번 들으면 헤어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지난해 10월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직접 봤다.
가까운 미래 한국의 버려진 로봇들이 사는 아파트. 구형 ‘올리버’(대런 크리스)는 화분 하나뿐인 방 안에서 언젠가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 옛 주인 제임스를 기다리며 낡아간다. 어느 날, 낯선 신형 ‘클레어’(헬렌 J 셴)가 충전기가 고장 났다며 올리버의 문을 두드린다. 혼자인 데 익숙했던 올리버의 일상에 거침없는 클레어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둘은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올리버는 옛 주인 제임스를 만나러, 클레어는 제주도의 숲에만 남은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떠난 여행길, 옛 주인에 관한 각자의 아픈 기억을 이해하게 된 둘은 반딧불이로 가득한 제주 숲의 추억을 안고 서울로 돌아오고, 마침내 첫 키스를 나눈다. 그러나 이미 부품 생산이 중단된 두 로봇에게 확실하게 예정된 것은 고통스러운 이별뿐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어쩌면 끝을 알면서도 함께 걸어갈 용기를 낼 때에야 비로소 만나는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
미국 버전은 서울과 제주라는 한국적 배경, 그 속에서 진행되는 서사, 음악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300~400석 규모 대학로 소극장에서 1100석 규모 뉴욕 극장으로 옮기면서 올리버, 클레어, 제임스 셋이었던 등장인물은 재즈 가수까지 넷으로 늘었다.
가장 큰 변화는 토니상을 받은 무대 디자인. 대극장에 맞춰 영상과 특수 효과를 과감하게 사용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무대 전면 암막이 SF 영화 속 영상처럼 열리며 올리버와 클레어의 방이 번갈아 나타난다. 무대 전체를 열어 보여주는 제주도 반딧불이 숲 장면은 가장 아름답다. 토니상 시상식 축하 공연에서도 이 장면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 공연에서 대사로만 처리됐던 두 헬퍼봇의 아픈 과거 이야기도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영상과 특수 효과로 좀 더 명확하게 들려준다.
한국에서는 오는 10월 한국 버전의 여섯 번째 시즌 공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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