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우리 콩쿠르에 지원했으면 서류 통과도 힘들었겠지요.”
첼리스트 출신의 디디에 슈노르크(63) 제네바 콩쿠르 사무총장이 웃으며 말했다. 반 클라이번·제네바·인디애나폴리스 등 세계 명문 콩쿠르의 수장들이 한국에 집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의 초청으로 지난 5~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차세대 아티스트를 위한 국제 커리어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것.
이들 콩쿠르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짧게는 43년(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길게는 86년(제네바 콩쿠르)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한 ‘콩쿠르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의 회원이며, 마지막으로 한국 우승자를 배출한 대회라는 점이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임윤찬(반 클라이번 콩쿠르), 첼리스트 정명화·피아니스트 문지영(제네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조진주(인디애나폴리스) 등이 이들 대회에서 우승했다. 자크 마르키스(61) 반 클라이번 콩쿠르 회장은 “콩쿠르는 최고 기량을 갖춘 독주자를 뽑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우리가 참가했으면 아마도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를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중일(韓中日) 등 아시아 연주자들의 눈부신 약진이야말로 최근 국제 콩쿠르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들은 한국의 경우 해외 유학과 국제 콩쿠르를 먼저 경험했던 이전 세대 연주자들이 귀국해서 제자들을 양성한 것을 결정적 분기점으로 꼽았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욱 등을 길러낸 김대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임윤찬을 가르친 피아니스트 손민수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인 글렌 곽(58)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대표는 “특히 한국은 미국·유럽에서 유학한 연주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음악 교육의 수준도 눈부시게 향상됐다. 지금은 중국이 그 길을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슈노르크 총장도 “이미 아시아의 음악 교육이 유럽을 추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21세기 들어서 국제 콩쿠르 역시 대회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등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유튜브 조회수만 2500만건에 이르렀다. 슈노르크 총장은 “예전에는 콩쿠르가 대회 현장에 모인 수천 명의 관객과 심사위원 앞에서만 열렸다면,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서 수십 만명과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마르키스 회장은 “콩쿠르 참가자들도 자신의 연주를 통해서 전 세계의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추가 보너스’를 얻게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