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와 민요, 탈춤에 승무까지. 방탄소년단(BTS)의 새 시대를 알리는 월드투어는 한국 그 자체였다.
11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은 그 이름만큼 연출 전반에 한국적인 정서를 깊게 녹여냈다. 무대 세트는 경회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바닥은 태극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공연 시작 전에는 국악과 민요가 흘러나왔다. 한국적인 선율 위로 팬들의 “BTS”를 외치는 소리가 합쳐졌다.
본무대에서는 한국적인 색채가 한층 풍성하게 펼쳐졌다. 정규 5집 수록곡 ‘they don’t know ‘bout us’ 무대에서는 댄서들이 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미지를 구현해 퍼포먼스에 활용했다. ‘Merry Go round’에서는 승무에서 영감을 받은 커다란 천을 소품으로 사용했고, ‘2.0’ 무대를 앞두고는 음양 무늬를 무대에 수놓았다. 또한, 민요 ‘아리랑’을 삽입해 큰 화제를 모은 곡 ‘Body to Body’에서는 상모가 떠오르는 LED 깃발을 활용해 강강술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새로운 시도들도 눈에 띄었다. 지민은 “6년 반 만에 콘서트 투어를 하게 된 만큼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했다”고 했고, 슈가 역시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려고 대단히 많이 준비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즐겨 달라”고 했다.
그만큼 공연 시작부터 특별하게 시작됐다. 연막탄을 든 인물이 예고 없이 등장해 무대를 가로지르고, 훌리건을 연상시키는 무리들이 그 뒤를 따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무리 사이에서 BTS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불꽃놀이와 함께 ‘Hooligan’ 노래가 흘러나왔다. 공연을 비추는 화면 역시 세 개가 각기 다른 모습을 비추면서 관객들은 한 자리에서도 360도 무대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사방으로 뻗은 돌출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무대를 펼치는 멤버들의 모습과 파이어 건이 어우러지며 쌀쌀한 날씨였지만, 분위기만큼은 뜨겁게 달궜다.
가장 압도적인 무대는 ‘IDOL’이었다. BTS는 LED 리본 등 다양한 소품을 든 댄서 50인과 함께 경기장 트랙을 따라 퍼포먼스를 펼쳤고, 그야말로 스타디움 전체가 무대로 변했다. 컴백 공연을 앞두고 다리를 다쳤던 RM은 가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의자에 앉아 공연장을 돌았다. 스타디움에 있는 관객 모두가 BTS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공연의 규모감과 화려함,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RM이 “옆집 강아지 철수도 아는 노래”라고 표현한 ‘Butter’, ‘Dynamite’ 등 히트곡 무대도 이어졌다.
지민은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이번 투어 준비한 것처럼 늘 여러분들에게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할 테니까 늘 저희의 곁에 있어달라”고 했다.
RM은 “정말 오래 걸렸는데, 이렇게 기다려주시고 성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큰절을 했다. 그는 “저희가 변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중요한 건 변하지 않았다”며 “7명이 이 일을 같이 서로 하기로 했다는 것, 저희가 여러분을 생각하는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 함께 내린 결정들이니 저희를 조금 더 믿어주시고 너그럽게 저희의 변화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며 “한번만 믿어주세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정국은 최근 논란이 됐던 라이브 방송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제가 라이브하면서 어떤 상황이었든 간에 여러분에게 하는 모든 행동과 마음은 진심이라는 것 꼭 알아달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서 목이 부서져라 하겠다. 다양하고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했다.
BTS는 고양을 시작으로 도쿄와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35회에 걸쳐 월드투어를 진행한다. 한국 가수 단일 투어 기준 ‘역대 최다 회차’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