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온 초보 이발사가 시골 마을에 이발소를 연다. 빈집을 고쳐 만든 좌석 두 개짜리 소박한 업장. 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어느새 인연이 생겨나는 따뜻한 동네 ‘사랑방’이 된다.
배우 박보검, 이상이, 곽동연이 전북 무주읍 앞섬마을에 이발소를 여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보검 매직컬’(tvN)이 ‘착한 예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기 드문 ‘3무(無)’ 예능. 경쟁이나 미션이 없고, 화려한 세트가 없으며, 비난받는 출연자도 없다. ‘무공해’ 매력이 통했다. 지난 1월 30일 방영 시작 이래로 프로그램 관련 영상 조회 수가 2억1000만회를 넘어섰고, TV 비(非)드라마 화제성 지수(펀덱스)에서 7주 연속 톱10에 들었다.
소박하고 잔잔해 보여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보검 매직컬’의 연출자인 손수정 PD에게 제작 과정에 대해 들었다.
◇정이 살아있는 마을 찾는 데 공들여
이발과 예능의 만남은 진짜 이발사인 배우 박보검이 있어 가능했다. 해군 복무 시절 이용사 자격증을 딴 뒤 동기들 머리를 깎아준 일화가 화제였다. 이에 주목하면서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나왔다. “박보검 배우는 언젠가 이발 기술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이발은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을 마주하고, 손이 닿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가는 일이잖아요. 시골 마을에 이발소를 연다면 공간 자체가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손 PD).”
인기 배우가 직접 가위를 들고 이발을 해준다는 소재였기에 ‘조미료’ 없는 슴슴한 연출에도 긴장감과 재미가 저절로 만들어졌다. 실전은 처음인 ‘초보 이발사’라는 점 때문이다. 박보검이 머리카락을 자를 때마다 손님도 시청자도 긴장되는 순간이 만들어졌다. 배우 이상이는 네일아트 자격증을 따 할머니들의 손톱을 곱게 단장하고, 배우 곽동연은 손님들을 위한 간식을 조달했다. 손 PD는 “박보검씨는 본인 이름으로 직접 영업 신고를 하고 창업을 했다”며 “방송에는 많이 못 담겼지만, 세 출연진 모두 촬영 기간 동안 거의 쉬지 않았다. 진짜 시술을 해야 하는 만큼 진심이 남달랐던 것이 다른 예능과 가장 다른 지점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날로그 가게가 깨운 따듯한 정서
손님까지 있어야 완성되는 프로그램 특성상 정과 웃음이 살아있는 마을은 숨은 공신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금세 마음을 열었다. 이발소에선 할머니들의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아이들이 숙제를 하는 아지트가 되기도 했다. 우연한 결과가 아니었다. 마을 선정이야말로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었다. 1년 2개월 준비 과정의 대부분을 50개 넘는 마을을 답사하는 데 썼다고 한다. 손 PD는 “마을 선정 기준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사람’이었다”며 “정이 있고, 서로 잘 알고 지내고, 웃음이 있는 마을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이 그 다음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앞섬마을에는 촬영 후 남아 있는 이발소를 보려는 방문객도 늘고 있다. 중요한 건 마을과 나눈 정, 그리고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전달한 온기다. 이종대 앞섬마을 이장은 본지에 “외부인 방문이 거의 없고 적막했던 마을에 이번 촬영을 통해 새로운 활기가 더해졌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은 출연진 및 제작진과 나눈 소통이 행복했다. 즐거운 축제 같았고, 마을 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다”고 했다. 손 PD는 “‘보검 매직컬’은 예약도 없고, 유선 전화로 문의해야 하고, 와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굉장히 아날로그한 가게”라며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생겨났다. 저희 프로를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 언젠가 느껴봤던 이런 정서를 시청자들이 그리워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