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밤’ 평생 못 잊을거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열린 21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계 곳곳에서 BTS 팬 ‘아미’ 등 10만명(주최 측 추산)이 공연을 보러 광장 일대에 모였다. 이날 공연을 전후해 광화문광장 등 세종대로 일대에서 안전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서울시·서울경찰청 등은 이 공연 현장 상황을 실시간 관리했다. /뉴시스

“오늘을 위해 보라색 부츠를 샀어요. 몇 년간 이 순간만 기다렸습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필리핀인 서비다이스(53)씨는 온통 보라색 차림이었다. 부츠와 가디건, 스카프, 가방까지. 이날 저녁 8시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된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보기 위해 BTS 상징색으로 맞춘 것이다. ‘아미’(BTS 팬)인 그는 왼손엔 BTS 멤버 포토 카드를, 오른손엔 응원봉 ‘아미밤’을 들고 흔들었다.

3년 9개월 만의 BTS 컴백 공연 당일, 광화문광장은 오전부터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라색으로 치장한 아미들이 광장 곳곳을 채웠다. 아미들은 광화문 일대에 설치된 전광판이 내보내는 BTS 멤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았다. 관람석 티켓을 구하지 못한 아미들도 공연을 생중계하는 광장 인근 전광판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아미들은 BTS를 특집으로 다룬 21일자 조선일보 본지와 섹션을 ‘굿즈(상품)’처럼 들고 다니면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브라질에서 온 타이스 레이스(40)씨는 조선일보 본지와 섹션을 펼쳐 들고 “멤버들의 모습이 크게 들어간 신문 지면은 소중한 기념품”이라고 했다.

굿즈가 된 ‘3월 21일자 조선일보’ 방탄소년단(BTS)을 특집으로 다룬 21일자 조선일보를 구입한 ‘아미(BTS 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공연 시작을 앞두고는 코리아나호텔 외벽의 초대형 전광판 앞에 아미들이 몰려들었다. BTS 멤버가 전광판을 통해 나오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일본에서 온 나카무라 유코(60)씨는 “이 전광판이 가장 깔끔하게 잘 보여서 공연 시작 40분 전부터 기다렸다”며 “정국이 나오는 순간을 직접 보는 게 하나의 선물 같다”고 했다.

광화문 일대 상권은 ‘BTS 특수’를 누렸다. 편의점과 식당, 카페는 오전부터 외국인 손님으로 가득 찼다. 아미들은 “K팝 뮤직비디오에서만 보던 편의점 음식과 길거리 간식을 직접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한 분식집 앞에서는 직원들이 “Eat Korean tteokbokki(떡볶이 드세요)” “Gimbap here(김밥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손님을 끌어모았다.

공연 시작을 한 시간 앞둔 오후 7시, 무대에서 20m쯤 떨어진 ‘핫존(티켓 없이도 공연을 볼 수 있는 구역)’에는 팬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멕시코에서 온 엘레나 케인즈(28)씨는 “핫존에서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어 삼각김밥과 오렌지주스로 종일 버텼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아미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온 사라(25)씨는 “4년을 기다린 순간이 이렇게 짧게 지나갈 줄은 몰랐다”며 “BTS 멤버들의 노래와 춤을 직접 본 오늘 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공연이 끝난 광화문광장 일대는 깨끗했다. 밤 9시 30분쯤 광화문광장 남쪽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선 ‘BTS 아미 자원봉사단’이라고 적힌 보라색 어깨띠를 두른 20여 명이 바닥에 널린 신문지와 페트병을 종량제 봉투에 담고 있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공연 전부터 자발적으로 모였다. 오픈 채팅방에는 자원봉사자 400여 명이 모였다고 한다. 쓰레기 정리에 동참한 일본인 아미 아야 하기오(21)씨는 “우리 행동이 곧 BTS의 이미지로 남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일 이틀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쓰레기가 40톤쯤 발생했지만 대부분이 3시간 만에 수거됐다.

서울시는 BTS 컴백 공연이 1건의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공연이 열린 세종대로 일대에는 10만4000명(주최 측인 하이브 추산)이 모였다. 이동통신 3사의 실시간 접속자와 알뜰폰 사용자, 외국인 관람객 수 추정치를 합산한 결과다.

다만 이번 BTS 공연을 찾은 인파가 애초 관계기관 예상치의 절반에 못 미쳐 공무원이 과다하게 동원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과 서울시는 이번 공연에 각각 26만명과 30만명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주최 측인 하이브 측 추산치로 봐도 전망치의 절반에 못 미쳤다. 일각에선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인파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안전 관리를 지나치게 강조해 행사장 방문을 포기한 사람도 적잖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