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괴로운 순간을 멈출 수 있었어요. 제 은인이나 다름 없죠.”
2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앞두고 나나(50)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연 일주일 전 극적으로 티켓을 구했다는 그는 공연 당일 일본 오사카에서 급하게 한국을 찾는다. 26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나나씨는 “군 복무 이후 첫 완전체 무대에 오르는 역사적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했다.
나나씨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슈가다. 그는 “활동명처럼 새하얀 피부와 동그란 얼굴형, 수줍음 많은 성격 뒤에 숨겨진 거칠고 파괴력 있는 랩이 일본 음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스타일”이라고 했다. 랩과 프로듀싱 능력을 동시에 갖춘 면모도 좋아한다. 대구 출신인 슈가가 종종 사투리 랩을 구사하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했다. 나나씨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노래 ‘어디에서 왔는지’ 속 ‘내 맘은 니끼다 난 니삐 모른다’라고 한다.
BTS의 곡 중에는 사투리 가사가 담긴 노래가 몇몇 있다. 대표적으로 ‘팔도강산’, ‘Ma City’ 등이 꼽힌다. 멤버 7명 중 서울 출신은 아무도 없다. 부산 출신 지민과 정국, 광주 출신 제이홉, 대구 출신 슈가와 뷔 등 멤버 전원이 각자의 고향 방언으로 노래와 랩을 소화한다. 이들은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각자 고향 사투리의 매력을 알리자는 취지로 사투리 가사를 활용한다. 나나씨는 “이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한국의 방언은 물론 해당 지역의 정서와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BTS를 좋아하게 된 건 2020년 10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많이 찾아 보던 시기였다. 당시 친구의 추천으로 멤버 뷔가 출연하는 드라마 ‘화랑’을 우연히 보게 됐다. 잘생긴 외모와 귀여운 성격이 눈에 띄었고, 자연스럽게 BTS의 존재도 알게 됐다. 나나씨는 “노래, 춤, 외모, 단합력, 유머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했던 그들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BTS 노래는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됐다. 2020년 말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에게 갑작스럽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다행히 호흡이 돌아왔지만, 아들은 후유증으로 1년 반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평소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아들이 우울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괴로움을 참기 어려웠지만, 밤마다 BTS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때면 기분이 나아졌다고 했다. 그는 “BTS의 희망 찬 노래 가사와 활기찬 모습은 당시 숨구멍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평소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이야기는커녕, 얼굴이 담긴 사진조차 올리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사생활 노출에 민감한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언론 취재에도 잘 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나씨는 “멤버 슈가에게 꼭 팬으로의 진심을 전하고 싶어 취재에 응했다”고 했다.
그는 멤버들을 향해 “내가 BTS 덕분에 행복했던 만큼 BTS 역시 행복하길 바란다”며 “그들의 음악 덕분에 삶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수많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꼭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