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뒤편에서 시민이 검색대를 통과해 금속 탐지기 검사를 받고 있다. /원종빈 기자

“결혼식 왔다니까요?”

21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 설치된 한 안전 게이트 앞. 한 노부부가 보안검색대를 지나 금속탐지기로 몸수색을 시도하는 경찰에게 이렇게 항의했다. 경찰이 이들에게 “청첩장만 보여달라. 청첩장을 확인해야 지나가실 수 있다”라고 했다. 노부부는 “사기업 행사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며 끝까지 금속탐지기 수색을 거부했다. 경찰은 휴대전화로 모바일 청첩장을 확인한 뒤 이들 부부를 몸수색 없이 통과시켰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리는 이날, 경찰은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과 ‘아미(BTS 팬덤)’를 상대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철제 펜스에 둘러싸여 있다. 문형 금속탐지기(MD)가 마련된 31개 안전게이트를 통해서만 드나드는 것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다중 인파가 몰리는 만큼 흉기 소지자 등 위험 요인을 걸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종로구·중구 지역에 대한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한 바 있다. 테러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뒤편 검색대에서 시민들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원종빈 기자

이날 본지가 찾은 광화문광장의 한 검색대에서는 금속 탐지기를 든 여경 2명이 서 있었다. 시민들이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 “검색 한 번 하고 들어가셔야 돼요”라고 안내를 했다. 문형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나면 두팔을 벌리고 몸을 ‘T자’로 만들어 휴대용 스캐너로 재차 몸수색을 받아야 했다. 이때 ‘삐’ 소리가 날 경우, 외투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을 모두 꺼내서 재차 탐지기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가방도 안에 든 소지품도 모두 경찰이 육안으로 확인 후 통과시켰다.

본지 기자가 직접 게이트를 통과해보니 몸수색에는 약 1~2분 정도가 걸렸다. 경찰은 문형 금속 탐지기를 지난 기자에게 가방을 열어보라며 “칼이나 가위 있느냐”고 물었다. 이후 경찰은 가방의 모든 지퍼를 다 열어서 흉기가 있는지 확인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기자 몸을 금속탐지기로 훑으면서 ‘삐’ 소리가 난 곳의 물건을 꺼내 보여달라고 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경찰이 광장 주변을 오가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인 1980년대 이후 약 40년 만에 부활한 ‘몸수색’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중년 남성은 검문검색하는 경찰에게 “응원봉만 사러 가는데 꼭 해야돼요?”라고 했다. 한 70대 남성은 가방에서 먹다남은 페트병 소주가 나와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입씨름을 했다. 결국 몸수색 맡은 경찰관은 “술은 반입이 안된다”며 압수했다.

일부 시민은 ‘과도한 몸수색’이라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몸수색하는 경찰을 상대로 “왜 자꾸 여러 번 하느냐” “광화문광장에 출근해야 하는데 몸 수색 때문에 지각할 판이다” 등 승강이를 벌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한 임신부는 “본인이 임신을 한 상태여서 스캐너로 몸 수색을 받는 것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 임신부는 스캐너 대신 여경이 손으로 몸을 훑는 방식으로 위험 물품 확인 절차를 거쳤다.

‘식칼’과 ‘가위’ 등 흉기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소지하고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오다 검문에 걸린 시민들도 여럿이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한 시민이 식칼을 가지고 통행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 남성은 광화문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엔 한 여성이 손가락만한 미용가위를 갖고 광화문광장에 들어오다가 경찰에 압수당했다.

광화문광장을 안팎으로 지나가야 했던 한 시민은 여러 차례 이어진 검문검색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모(70)씨는 “오늘 점심을 먹으러 광화문광장 인근 호텔로 가는데, 시청역에서 내리자마자 가방 검색을 하더니, 호텔에서 밥 먹고 나올 때 또 몸 수색을 당했다”라며 “한 번 통과가 됐으면 표지라도 붙여서 여러 번 확인받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나. 불편하고 불쾌하다”라고 했다. 다만 경찰은 광화문광장 안에서 바깥으로 나갈 때는 따로 검문이나 수색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