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앞둔 가운데, 주요 외신들이 BTS와 K팝 산업을 잇따라 조명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약 4년의 공백기를 깨고 BTS가 돌아오면서 ‘수퍼 팬’ 시대가 음악 산업에서 수익성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BTS가 열정적인 팬들과 맺은 관계는 단순한 음원 소비를 넘어 성장을 모색하는 음악 산업에 하나의 모델”이라고 했다. 이어 360도 좌석 배치 공연장, 넷플릭스의 컴백 공연 생중계 등이 이번 BTS 공연의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WSJ는 굿즈 판매를 통한 수익 전략도 소개했다. 새로운 버전의 응원봉 구매를 유도하고, 포토카드 수집을 위해 앨범을 여러 장 사게 하도록 하며,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 굿즈를 내는 등 방식으로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또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에는 “입대 전 녹음한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에서 다양한 굿즈를 독점 판매해 (팬들과)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BTS 팬인 필리핀인 조센힐 플로레스(35)는 서울의 BTS 컴백 기념 팝업스토어에서 BTS의 앨범과 티셔츠, 후드티 등을 구매하고 약 1300달러(약 195만원)를 지출했다. 그는 WSJ에 “품절될까 봐 전부 다 집었다”고 했다.
WSJ는 K팝 최대 규모로 열릴 BTS의 이번 ‘아리랑’ 월드투어가 “팬들의 소비 한계를 시험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BTS는 다음 달 9일, 11일, 12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82회에 걸친 월드투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WSJ는 BTS가 같은 도시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열어 이동 비용을 절감하고 팬들이 직접 찾아오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BTS의 이번 투어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대비 공연 횟수는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팬들의 지갑을 여는 다양한 방식을 고려했을 때 공연당 수익은 비슷한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BTS의 컴백 소식을 전하며 이들의 공백기 동안 변화한 K팝 산업 지형에 대해 보도했다.
NYT는 “메가스타 BTS의 공백기로 K팝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잠시 멈춘 듯했다”며 “멤버들이 군 복무로 활동을 멈춘 지 2년 후인 2024년 한국 앨범 판매량은 19% 감소했고, 미국 연말 차트 톱10에 한국 가수는 한 명도 진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등장하면서 K팝 장르가 다시 큰 인기를 얻게 됐다고 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뮤직의 대외 관계 임원 프랭키 얍틴차이는 NYT에 “K팝 장르는 여전히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거물이 다시 돌아오면 장르 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는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A&R 및 마케팅 디렉터 신 조는 “K팝 산업에는 기본적인 공식과 원칙이 있다. 수십년 동안 구축돼 왔다”며 K팝 장르가 오랜 경험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콘서트 프로모터인 AEG 프레젠츠의 관계자 마이클 해리슨은 “BTS의 공백기 덕분에 다른 그룹들이 아레나나 스타디움 규모의 큰 공연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할 시간과 공간을 얻었다”며 “K팝 팬들이 콘서트에서 1인당 70~80달러의 굿즈를 구매하는데, 이는 서양 아티스트보다 높은 금액”이라고 했다.
다만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는 다음 세대 K팝 스타들이 아직 BTS 수준의 세계적 성공은 달성하지 못했다며 “K팝 현상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지 이미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그룹들이 잘하고 있지만 아직 BTS나 블랙핑크처럼 세게적인 영향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NYT는 “아미(BTS 팬덤명)뿐 아니라 업계 전체가 BTS의 컴백을 주목해왔다”며 BTS가 받을 수 있는 부담감도 조명했다. 음악 저널리스트 타마르 허먼은 블로그를 통해 BTS가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열성 팬들이 여전히 있지만 K팝 팬들은 그룹이 활동을 쉬면 흩어지고 새로운 가수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AFP통신도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컴백 공연이 열리면서 해외 팬들이 서울에 모여들었다고 전하며 20일 공개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소개하기도 했다. 예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그레이스 카오는 이번 앨범이 서양 작곡가 및 프로듀서와 협업했으나 “앨범 제목이 BTS가 한국 그룹이라는 사실을 해외 팬들에게 상기시킨다”며 “BTS는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팬들과 자신들에게 자신들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