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겠다며 모인 ‘일반인’ 출연자들은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유튜브 채널을 열고 광고를 찍으며 전속 계약을 맺는다. 사막의 섬이든, 낯선 집이든, 혹은 헤어진 연인의 동거 공간이든 무대만 달라졌을 뿐 결말은 비슷해진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더 이상 감정의 ‘실험장’이 아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배출하는 등용문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대표적 사례는 넷플릭스 ‘솔로지옥’이다. 시즌5 종영 직후 임수빈은 내년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기프트’ 출연을 알렸고, 조이건은 지난달 스프링이엔티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미스코리아 선(善)이자 2022년 미스 어스 1위를 했던 최미나수 역시 초록뱀엔터테인먼트 소속 사실이 알려졌고, 일부 출연자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시즌2 출신 덱스는 예능과 드라마, 영화까지 진출했고, 신슬기 또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비연예인 리얼리티’라는 간판과 달리, 프로그램은 사실상 스타 발굴 플랫폼으로 기능해 온 셈이다.
티빙 ‘환승연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시즌2 출연자 성해은은 방송 이후 29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성장했고, 최근 고가 아파트 매입 소식까지 전해지며 화제를 모았다. 다수 출연자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브이로그와 광고 콘텐츠를 올리며 방송 이후의 화제성을 곧바로 수익으로 전환하고 있다. ENA·SBS Plus ‘나는 SOLO’ 또한 실제 커플과 결혼 사례를 내세우며 ‘진정성’을 강조했지만, 22기ㆍ28기 옥순 등 일부 출연자들은 방송 이후 광고와 협찬, 개인 채널 운영으로 자연스럽게 셀럽의 길을 걷고 있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이 곧 ‘셀럽화’의 지름길이 된 구조다.
문제는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의 간극이다. 시청자는 출연자의 감정과 선택을 따라가며 ‘리얼함’에 몰입하지만, 종영 직후 쏟아지는 전속계약과 광고 소식은 그 여운을 단숨에 끊어낸다. ‘현커(현실 커플)’ 여부보다 차기작과 광고가 먼저 전해지는 구조 속에서 사랑의 진정성은 의심받고, 관계의 목적 자체를 되묻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연애 예능’이 ‘예능 드라마’로 진화한 결과로 본다. 시청자는 출연자를 실제 인물인 동시에 캐릭터로 소비하며, 진정성을 요구하면서도 자극성과 스타성에 더 끌리는 모순된 욕망이 이 장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방송 평론가 공희정씨는 “연애 예능이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을 배출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비연예인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에서 데뷔와 수익화가 공식처럼 굳어질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랑의 가능성을 관찰하던 장르가 어느 순간 ‘셀럽 되기 프로젝트’로 인식된다면, 시청자들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