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록곡 ‘골든’(Golden)이 오스카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을 받았을 때 수상 소감이 중단된 것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수상자들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하는 도중 마이크 소리가 사라지고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소감 발표가 강제로 중단된 상황에 대해 외신들은 “최악의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케데헌’은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문제의 장면은 ‘골든’이 주제가상을 탄 이후 나왔다. 가수이자 공동 작사‧작곡가인 이재(EJAE)를 비롯해 테디 박(Teddy Park), 마크 소넨블릭(Mark Sonnenblick), 곽중규(Joong Gyu Kwak), 이유한(Yu Han Lee), 남희동(Hee Dong Nam), 서정훈(Jeong Hoon Seo) 등이 기쁜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먼저 이재가 마이크를 잡고 “어릴 때 제가 K팝을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리곤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우리의 노래와 모든 한국어 가사를 함께 부르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며 “이 상은 성공에 관한 것이 아니라 회복력에 관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팀에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이유한(더블랙레이블) 작곡가가 미리 준비해온 소감을 전하기 위해 종이를 펼쳐 마이크를 잡았으나 퇴장을 재촉하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됐다. 곧 그의 마이크는 음소거됐다. 이에 수상자들이 실망한 표정을 짓고, 이재가 멈춰달라는 듯 손을 뻗으며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 화면은 광고로 전환됐다.
아카데미는 이전 시상식에서도 수상자들의 소감을 중단시켜 여러 번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골든’의 주제가상 소감 중단을 두고 유독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다른 팀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됐는데, 다른 수상자들에게는 결국 소감을 마칠 수 있는 시간이 추가로 제공됐다. 특히 이날 단편 영화상을 공동 수상한 ‘투 피플 익스체인징 설라이버’의 감독 알렉상드르 싱은 잠시간 강제 중단돼 화면이 전환됐음에도 소감을 마칠 수 있었다.
당시 그가 소감을 전하려고 나선 순간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고 음성이 끊겼다. 카메라는 다음 순서를 진행하라는 듯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을 비췄다. 하지만 오브라이언은 소감 중단에 동의하지 않는 듯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마이크가 켜졌고, 싱은 농담을 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를 두고 해외 네티즌들은 물론 외신에서도 “인종차별”이라고 질타했다.
미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골든’ 수상 연설이 중단된 순간을 ‘올해 오스카 시상식 최악의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매체는 “지난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는 5분 40초 동안 연설을 했다. 그의 마이크는 꺼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작곡팀의 일원인 이유한이 아카데미에서 최초로 수상했을 때에는 ‘감사합니다’ 이상의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객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후에도 (시상식 측은) 마이크를 다시 돌려주지 않았다”며 “방금 역사를 새로 쓴 이들에게 충격적으로 무례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영광의 30초를 할애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음악 매체 빌보드도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골든’ 작곡팀의 순간이 갑자기 중단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매체는 “이에 수많은 팬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중단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로 무대를 마무리한 시상식 측을 비판했다”며 몇몇 네티즌들의 반응을 인용했다. 이들은 “오스카는 정말 무례했다” “‘케데헌’ 작곡가들의 소감을 너무 빨리 끊어버려서 의도적인 것처럼 느껴졌고 충격적이었다” “국제적인 아티스트로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오스카 측에서 그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중단시켜 버렸다” 등 비판 글을 남겼다.
연예 전문지 데드라인은 “아카데미 역사상 K팝 곡으로는 최초 수상인 만큼 수상자들은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이유한이 마이크를 잡자마자 광고로 전환됐고, 그 순간 백스테이지에 있던 기자들은 숨을 멈췄다”고 비판했다.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도 “오스카가 작곡가들에게 1분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인종차별과 편애의 노골적인 증거” “무례하고 인종차별적이다” 등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후 수상자들은 백스테이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대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소감을 마저 전할 수 있었다.
이재는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저희 모두 열심히 노력했고, 이 작품은 모든 구성원의 협력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라며 “감독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모두가 함께 노력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레이 아미와 오드리 누나에게 무대 위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중단된 바람에 못 했다. 두 분 다 훌륭한 분들이라 너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유한도 “저희 가족, 동료 멤버들, 테디씨께 감사드린다. 정말 큰 영광”이라며 못다 한 소감을 전했다. 무대에서 발언 기회도 갖지 못했던 마크 소넨블릭은 “이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든 분들, 모든 애니메이터분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이 영화는 우리가 미워하고 두려워하도록 교육받았던 사람을 바라보며 신뢰하기 시작하고, 어쩌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