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튜브 채널 뜬뜬의 여행 예능 ‘풍향고2’에서 활약한 배우 이성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로 주목받은 손종원 셰프,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2025)’에서 ‘양관식’을 연기한 배우 박해준,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에서 대부업체 대표 ‘홍성신’을 맡은 배우 정진영./ 스포츠조선, 연합뉴스

‘영포티’. 한때는 젊게 사는 40대 남성을 뜻했지만 지금은 어설프게 젊음을 흉내 내는 중년 남성을 비꼬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그런데 최근 영화·드라마·예능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억지로 어려 보이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젊은 출연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중년 남성들, 이른바 ‘진짜 젊은 아저씨’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예능에서는 배우 이성민(58)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웹예능 ‘핑계고’의 스핀오프 ‘풍향고2’에서 유재석·지석진·양세찬과 함께 낯선 상황에 놓이지만 당황하기보다 몸으로 밀어붙이며 웃음을 만든다. 외국인에게 먼저 말을 걸고, 찾아간 헝가리 식당에서는 리뷰를 부탁받자 “리뷰 대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제안해 웃음을 남겼다. 시즌1에서 배우 황정민(56)이 몸으로 부딪치는 모습으로 ‘말벌 아저씨’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이성민은 생활에 가까운 적극성과 다정함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기내식 스테이크를 제작진에게 건네는 장면은 ‘아빠미’로 회자됐다. 억지 유행어나 과장된 제스처 대신 상황을 즐기고 책임지는 태도가 젊은 출연자들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요리 예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손종원(42) 셰프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두 곳을 이끌고 있다. 화려한 이력보다 방송에서 부각된 것은 차분한 말투와 다정한 태도였다. 특히 ‘냉장고를 부탁해’에 함께 출연한 김풍(48)과의 케미에서 이런 면모가 두드러졌다. 정체불명의 김풍 요리를 맛보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은 “사랑스럽지만 감당 안 되는 말괄량이 여자친구를 대하는 모습”이라는 반응을 낳으며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에서도 중년 배우들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서사를 끌어간다.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에서 배우 정진영(62)이 연기한 ‘홍성신’은 사채업계 대부라는 설정에도 졸부 대신 품격과 여유를 보여준다. 신장 이식을 위해 위장결혼을 하지만 상대에게 새로운 삶의 태도를 가르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tvN ‘언더커버 미쓰홍’의 배우 김원해(57)와 김도현(49) 역시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책임으로 말하는 상사와 동료의 면모를 보여준다. 배우 박해준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2025)에서 ‘양관식’을 연기하며 다정한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 사이에서 ‘양관식병’이라는 말까지 낳았다.

이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어설픈 젊음’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시간과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유행을 흉내 내기보다 자기 분야의 내공으로 젊은 세대와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화면에서 주목받는 중년 남성들은 젊어 보이려는 전략이 아니라 자기다움으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며 “대중이 반응하는 것은 나이를 감춘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을 통과하며 쌓인 내공과 자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