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떨어지고 다시 올라섰던 오디션 인생이었습니다. ‘미스트롯4’는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무대였어요.”
지난 5일 TV조선 ‘미스트롯4’ 생방송을 앞두고 서울 금천구 TV조선 가산스튜디오에서 만난 가수 허찬미(34)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그렇게 돌아봤다. 2010년 혼성 아이돌 그룹 ‘남녀공학’으로 데뷔해 파이브돌스로 활동했던 그는 이후 ‘프로듀스101’ ‘믹스나인’ ‘미스트롯2’ 등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열세 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뒤 20년 가까이 이어진 도전 끝에 ‘미스트롯4’ 결승에서 최종 선(善)에 올랐다.
결승 무대에서 그는 마지막까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인생곡 미션’에서 남진의 ‘나야 나’를 불러 마스터 총점 1583점(1600점 만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온라인 응원 투표를 합산한 중간 순위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생방송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이소나가 진(眞)으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2위에 해당하는 선이 됐다.
결승 무대는 그가 걸어온 시간을 압축한 공연이었다. ‘나야 나’를 부르던 중간 ‘프로듀스101’ 주제곡 ‘픽미(PICK ME)’와 파이브돌스의 ‘이러쿵 저러쿵’ 안무를 짧게 섞어 넣으며 아이돌 시절부터 이어진 16년 활동사를 무대 위에 풀어냈다. 장윤정 마스터는 무대가 끝난 뒤 “다 때가 있다고들 하는데 지금이 허찬미의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허찬미에게 이번 ‘미스트롯4’는 단순한 경연 이상의 의미였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버텼어요. 그런데 연습생을 시작한 뒤 20년 넘게 가족이 응원해줬는데 결과가 없으니 늘 죄송한 마음이 컸죠.” 부모 역시 노래를 했던 터라 “가장 냉정하게 평가하는 사람들이었다”며 부모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은 순간은 ‘프로듀스101’ 때였다. 다른 참가자의 무대를 보며 찡그린 표정이 방송에 잡히면서 오해가 생겼고, 악플이 쏟아졌다. 그는 “사실은 무대에 집중하면서 나온 표정이었고, 방송에 나온 장면도 실제 그 무대를 보고 지은 표정이 아니었다”고 했다. “세상과 단절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고, 잘못된 선택까지 생각하기도 했어요.” 7개월 동안 방에서 나오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부모가 계속 손을 내밀어 준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시즌 초반 현역부X 팀 무대에서 선보인 ‘1분 드럼’ 퍼포먼스는 방송 초반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이었다. 그는 “마칭 드럼을 차고 치는 무대였는데 허벅지에는 멍이 들고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혔다”며 “30초만 지나도 팔이 떨어질 것 같았다”고 했다. 힘이 빠질 때까지 드럼을 치다 보니 결과적으로 1분 정도가 됐다. “퍼포먼스라기보다 ‘우리 좀 알아봐 달라’는 절박한 마음이었어요.”
이번 시즌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을 묻자, “나도 사랑받을 수 있고 계속 노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히트곡 하나를 갖는 것. “트로트 선배님들을 보면 모두 대표곡이 있잖아요. 장윤정 선배의 ‘어머나’처럼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꼭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