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롱 트렌치 코트의 자리를 올해는 ‘짧은 것들’이 위협하고 있다. 크롭 기장의 아우터가 봄 시즌 여성복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는데, 그 중심에는 블루종이 자리잡고 있다.
블루종은 밑단이 밴딩 처리돼 허리 부분이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는 짧은 기장 점퍼의 총칭이다. 유사 개념인 봄버 자켓이 미 공군 항공 점퍼에서 유래한 기능성 중심의 하위 개념이라면, 블루종은 소재와 디자인을 불문하고 해당 실루엣을 아우르는 더 넓은 카테고리다. 최근 업계에서는 두 키워드를 혼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짧은 기장의 블루종이 트렌치 코트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데는 실용적인 이유가 크다. 활동성이 좋고 하체 비율이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는 데다, 아침‧저녁 기온차가 큰 간절기에 바람을 막으면서도 무겁지 않다. 다채로운 아이템과 레이어드해 미적 감각을 뽐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고윤정 블루종, 손민수템으로 화제
블루종 트렌드 확산에는 셀럽의 영향이 컸다. 글로벌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가 공식 석상에서 블루종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쿨한 아이템’으로 각인되는 데 기여했다. 국내에서는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지난 1월 프라다의 ‘리나일론 블루종 재킷’을 착용한 스타일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넷플릭스 화제작 ‘이 사랑 통역되나요?’가 블루종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극중 톱스타 차무희 역을 맡은 배우 고윤정이 착용한 스웨이드 봄버 재킷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손민수템(타인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아이템을 뜻하는 신조어)’으로 떠올랐다. 고윤정은 스웨이드 봄버 재킷에 원피스를 매치해 여성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레이어드 룩을 완성했다. 실제로 고윤정이 입은 르하스의 ‘클래식 스웨이드 봄버 재킷’은 문의 폭주와 함께 품절 사태도 일어났다.
◇명품 프라다부터 유니클로까지… 올봄 키워드는 ‘블루종’
명품 브랜드들도 블루종 열풍에 동참했다. 프라다는 26가을‧겨울(FW) 여성 컬렉션을 통해 소재에 다양한 변주를 준 블루종 라인업을 내세웠다. 생 로랑은 25FW 런웨이 무대에서 풍성한 레이스 드레스에 가죽 블루종을 걸쳐 믹스 매치 스타일링을 선보이기도 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블루종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니클로의 ‘윈드 블럭 스탠드 블루종’이 대표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미니멀한 디자인과 함께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외 패션 커뮤니티에서 먼저 입소문을 탔다.
◇트위드 소재로 직장인 여성 공략, 블루종 매출 167% 늘어
국내 여성복 브랜드들도 블루종 라인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로엠이 선보인 ‘트위드 블루종 점퍼’가 대표적이다. 블루종은 면이나 가죽 소재가 대중화되어 있는데, 로엠은 트위드 소재를 접목해 차별화를 꾀했다. 트위드 특유의 질감이 블루종의 캐주얼한 실루엣과 만나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그 결과 로엠 블루종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로엠 관계자는 “블루종은 편안하면서도 단정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출근 룩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지는 요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특히 잘 부합하는 아이템”이라며 “트위드 소재를 적용해 여성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을 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