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나영이 ENA 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을 통해 3년의 공백기를 깨고 화려하게 복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 작품은 과거 한 사건에 연루된 20년 지기 친구이자 동료 변호사인 윤라영, 강신재(정은채), 황현진(이청아)이 성매매 앱 ‘커넥트인’의 범죄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나영은 극 중 로펌 L&J(Listen & Join)의 변호사 윤라영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성범죄 피해자를 대변해 정의에 맞서 싸우는 셀럽 변호사로, 또 성범죄 피해 당사자로, 피해자인 딸을 둔 엄마로 여러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아너’는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4.9%, 전국 4.7%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나영은 “시청자들이 잘 봐주셔서 굉장히 다행”이라며 “주제도 무겁고 장르도 심리스릴러 같은 면이 있어서 여성 셋이 이끌어나가는 걸 얼마나 따라와 주실지, 공감해 주실지 걱정이 됐었다. 작품이 웰메이드로 잘 만들어졌고 이입을 잘해주셔서 마음이 오롯이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나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전문직 여성을 연기했다. 그는 역할을 준비하면서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 제시카 차스테인, 그레타 거윅의 연기를 많이 탐구했고, 소리를 지를 때 발음이 뭉개지는 것을 염려해 발성 연습도 했단다. 이나영은 “주제와 역할이 다소 무거워서 제 마음도 같이 무거웠던 것 같다”며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단면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아픔이 있지만 그걸 숨기면서 대중 앞에 나서는 역할이기 때문에 복합적인 면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역할에 깊이 몰입한 만큼 감정의 여운도 깊었다. 지난달 초 촬영을 마친 후에도 윤라영으로서 느꼈던 슬픔이 계속됐다. 이후 추가로 내레이션을 녹음하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자신의 대사가 피해자들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말과도 같다면서 “이 드라마가 (피해자들에게) 어떤 걸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다. 덮어두려고 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살아가기를 옆에서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느낌이라 마음이 더 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죽을 때까지 살아나가면서 조그맣든 크든 상처를 받게 될 텐데, 그럴 때 우리가 취해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매회 반전을 거듭하며 높은 몰입감을 이끌어냈다. 이나영은 “뒷이야기를 알려달라” “앞으로 이런 내용이 전개되는 게 맞느냐” 등의 주변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계속 스포해 달라고 하더라. 이런저런 추리를 하면서 맞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모른다’며 가만히 있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계속 같이 서사를 따라와주시고, 본방을 챙겨보고 궁금해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편 원빈과도 드라마를 같이 봤다고 말했다. 이나영은 “전부 다 같이 보지는 않았다. 제 연기를 같이 본다는 게 조금 어색하지 않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저희는 편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서로 놀리는 식의 대화를 많이 한다”며 “원빈 씨도 뒷이야기를 궁금해했다. 차마 저한테 물어보지는 못하고 ‘뭐지? 뭐지?’ 하면서 떠보더라. 저는 넘어가지 않고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나영은 원빈과 자신이 ‘신비주의’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것에 대해 “저희의 일상생활이 내비쳐지지 않아서 그런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너무 노멀(평범)하다. 맨날 트레이닝복 입고 그래서 저희는 ‘보여줄 게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성격인 거다”라며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듯 ‘얘네는 그런 애들이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 작품으로 이나영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는 “장르적이고 전문적인 걸 해봤으니 또 다른 가지치기를 한 거다. 바운더리가 더 넓어졌다는 의미”라며 “경험해보지 못해 생소했거나 어려웠던 것도 해볼 만하다는 걸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이런 걸 꼬아서 또 다른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