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저튼4’에서 하예린이 연기한 소피(왼쪽)와 베네딕트(루크 톰슨).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귀족의 사생아인 소피가 신분 차를 넘어 사랑을 이룬다./넷플릭스

19세기 영국 귀족 가문 이야기라는 점만 빼면 서양판 ‘전원일기’ 같은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브리저튼’이 첫 한인 며느리를 맞았다. 배우 손숙의 외손녀인 배우 하예린(28)이 연기한 ‘소피 백’ 역이다. 최근 완결된 ‘브리저튼’ 네 번째 시즌에서 브리저튼 집안 차남 ‘베네딕트’와 신분 차를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여자 주인공이 됐다. 가문의 일원이 됨에 따라 앞으로 나올 후속 시즌에도 출연한다.

‘브리저튼’ 시즌 4가 넷플릭스 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르며 흥행 중인 가운데, 배우 하예린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소피를 향한 전 세계 브리저튼 팬들의 응원도 뜨겁다. 그는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배우가 되고 싶어서 한국에서 예술고등학교를 다녔다. 4일 국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부분 질문에 한국어로 대답했다.

그는 미국 SF 드라마 ‘헤일로’ ‘듄: 프로퍼시’ 등에 출연하며 해외에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브리저튼’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순간은 한국에서 맞았다. “어머니가 계시는 충남 태안에 있을 때 ‘브리저튼’ 제작진에게 오디션 영상을 보냈어요. 저보다 예쁘고 재능 있는 적임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며칠 후 서울 강남에서 합격 전화를 받았죠. 엄마와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렀어요.”

배우 하예린. 한국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넷플릭스

배우의 꿈을 물려준 건 외할머니 손숙이다. 유년 시절 매년 한 번은 꼭 한국에 오려 노력했다는 그는 그때마다 손숙의 연극을 봤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의 1인극을 본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마치 아기처럼 베개를 안아 들고 우는 장면이었는데 관객들도 함께 울었어요.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고 할머니에게 영감을 정말 크게 받았지요.” 손숙의 ‘브리저튼’ 시청 후기도 전했다. “할머니가 눈이 안 좋으신데도 전부 다 보셨더라고요. 노출 장면에 ‘조금 민망하다’ 하시긴 했는데, ‘자랑스럽다’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미국 제작사 숀다랜드의 ‘브리저튼’은 화려한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구현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적극적으로 가미했다. 왕족과 귀족 역할을 다양한 인종이 연기한다. 그뿐 아니라 여러 성적 취향과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인물도 등장한다. 노출이 많은 애정신에서도 다양한 연령과 외형의 인물들이 가진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하예린은 “‘브리저튼’ 속 사회는 피부색과 같은 외적 요인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 시리즈의 핵심 정신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며 어떤 외적 요인도 이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브리저튼4’의 일부 해외 홍보 행사에서 ‘하예린이 주인공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인종차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인기 로맨스 시리즈에 등장한 첫 한인 여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예린은 “이런 일들을 통해 같이 배워나가면 된다”며 “할리우드의 동양인 배우로서 제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책임도 기쁘게 감당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