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두아'의 주인공 '사라킴'(신혜선)./넷플릭스

모든 일은 화장실이 멀어서 시작된다. 순탄한 인생도 너무 쉽게 멀어졌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일하던 젊은 여성의 이야기. 멀리 떨어진 직원용 화장실까지 간 사이 매장에 도둑이 든다. 손실은 전부 그녀 몫이다.

돈에 절박한 그녀가 ‘작은 거짓’의 효용에 눈을 뜬다. 명품 가방을 부자 행세하며 비싸게 팔았더니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이번엔 더 대담한 거짓을 설계한다.

8부작 미스터리 스릴러 ‘레이디 두아’(넷플릭스)에서 배우 신혜선이 연기한 주인공 ‘사라킴’이다. 그녀를 파헤칠수록 새로운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레이디 두아’는 지난 13일 공개 후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한국 등 17국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5위(15일 플릭스패트롤 기준)를 달리고 있다.

'레이디 두아'에서 '사라킴'의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 '박무경'(이준혁)./넷플릭스

국내에서 만든 가방을 고가의 유럽 명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기극을 벌인 ‘사라킴’에 대한 이야기다. 사라킴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삶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형사 ‘박무경’(이준혁)이 그녀 지인들의 입을 통해 사라킴의 수상한 과거 행적을 밝힌다. “‘욕망을 좇는 사람’(사라킴)과 ‘욕망을 좇는 사람을 쫓는 사람’(박무경)을 보는 재미”(김진민 감독)가 펼쳐진다.

사라킴의 진실이 드러나는 한편 ‘명품’의 근간을 묻는 메시지도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높은 가격이 만드는 희소성과 유명인을 통한 홍보, 소문 등을 이용하며 사라킴은 ‘부두아’라는 날조된 브랜드를 띄운다. 그녀는 주장한다. 구매자의 선망이 명품을 구성하는 본질이라면, 그런 환상을 충족시킨 ‘부두아’ 역시 진짜 명품과 다름없다고 말이다.

궤변임에도 그녀의 호소력이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계속해서 흔든다. 사기꾼의 스토리텔링에 시청자도 순간 귀가 솔깃하다. 작품이 의도한 바다. ‘레이디 두아’를 집필한 신인 추송연 작가는 “전부 가짜지만, 보는 사람에겐 진짜처럼 느껴지게 하는 게 집필 목표였다”고 했다. 그는 “배금주의, 계급주의가 만연한 현실을 이용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했던 인물의 이야기”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축적되는 과정과 비교한다면, 사라킴은 영락없는 사기꾼이다. 극 중 표현에 따르면, “걘 진짜 난 년이었던 거예요(‘최채우’ 역 배종옥).” 회차를 거듭하며 사라킴의 캐릭터는 풍성해진다. 신혜선은 “청순, 화려함, 수더분함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의상과 화장법 등에 극명하게 차이를 뒀다”고 설명했다.

박무경이 사라킴을 신문하는 장면의 연기 호흡도 시선을 끈다. 이준혁과 드라마 ‘비밀의 숲’ 출연 이후 8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둘 중 한 명만 나아가서는 만들 수 없는 신들이었어요. 그동안 연기했던 일대일 장면 중 가장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신).” “서로 마주했는데 저희가 돌이라면 잘 굴러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끼는 안 껴서 다시 만났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