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휴민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한 사람을 위해서 어디까지 희생을 할 수 있는가. 배우 박정민은 자신이 주연을 맡아 연기한 영화 ‘휴민트’를 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이 영화는 차가운 액션물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이를 한꺼풀 벗겨내면 그 안엔 뜨거운 멜로물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처럼, 박정민의 배역 ‘박건’ 또한 마찬가지다.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파견된 북한 보위성 조장인 그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온갖 희생을 무릅쓰는 순애보적 인물이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류승완 감독님 영화에서 주연을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이 좋았다. 너무 좋은 역할을 주셨다”며 “10년 넘게 연을 이어오면서 나라는 배우에게 이런 역할도 주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4년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류 감독은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의 단편 ‘유령’에 당시 무명이던 박정민을 캐스팅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23년 영화 ‘밀수’로도 호흡을 맞췄다. 이번이 벌써 함께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박정민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을 갖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한 감독님이지만 그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주신걸텐데, 제가 현장에서 혹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망을 드리면 서로 두 배로 상처가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정민. /샘컴퍼니

박정민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에서 가수 화사와 함께 선보인 연인 연기로 큰 화제를 모으며 ‘멜로 대세’로 등극했다. 그는 이후 ‘화사의 남자’ ‘국민 전남친’ ‘멜로 눈깔’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그가 선보이는 멜로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박건’이란 인물은 관객들의 호응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미 개봉 전 진행된 시사회와 무대인사에서는 박정민과 신세경의 호흡, 박정민의 눈빛과 액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이러한 반응에 박정민은 민망한 듯 손사래를 쳤다.

그는 “처음에는 사실 그 정도로 순애보적인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굉장히 이성적인 인간이고, 고도로 숙련된 병사로 느껴졌는데, ‘이 인간을 움직이는 건 사랑하는 한 여인이구나’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아마도 제가 나온 영화를 몇 편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캐릭터를 박정민이 연기했구나 생각하실 거라는 기대 정도는 있었다”며 “시사회 후 저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해주시는데,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멜로물이기는 하지만, 극중 박건과 채선화(신세경)는 일반적인 연인들처럼 다정한 대화나 스킨십을 나누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박정민은 눈빛과 액션에 애틋하고 처절한 감정을 실으려 애썼다. 극중 박건의 모든 행동의 이유에는 선화가 있다.

박정민은 “신체적으로는 만신창이가 되는데, 그럴 때 더 감정적인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했다”며 “계속 선화 곁에 있고, 떨어져 있을 때도 선화를 챙기고, 선화를 위한 선택들을 해나가는 오로지 선화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이 실제로 너무 추웠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그런 점이 더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박건의 말을 가장 중요한 대사로 꼽았다. 박정민은 “그 안엔 ‘내가 너한테 잘할게’보다 ‘이번엔 어떻게든 너를 구할게’라는 의미가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걸 선화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그런 판단, 행동을 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정민. /샘컴퍼니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신세경에 대해서는 “신세경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배우가 캐릭터를 입었을 때, 눈빛과 목소리로 상대방을 대할 때 나오는 어떤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다”며 “그걸 서먹할 때 연인처럼 소품 사진을 찍으면서 느꼈다. 워낙 베테랑이니까 다 주도하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라트비아 가서 단체로 시간을 보내면서 저희한테 마음을 빨리 열어줘 잘 지낼 수 있었다”며 “카메라 앞에서도 편해지면서 그 배우가 갖고 있는 매력들이 발산되는 걸 봤다. 세경씨와 찍은 신들은 그 배우의 몫이 컸다”고 덧붙였다.

한편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휴민트(HUMINT)란 사람(Human)과 정보(Intelligence)를 합성한 말로, 사람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뜻한다. 한국어로 ‘인적 정보’를 의미한다. 배우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 박해준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11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