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신을 불러오셔도 좋습니다.”
무대에 선 무속인 49명에게 사회자가 이렇게 말한다. 흰 한복을 입은 무속인이 방울을 흔들자 북소리가 울리고, 다른 한쪽에선 타로 카드가 한 장씩 뒤집힌다. 누군가는 사주 명식을 짚으며 운을 풀이하고, 또 다른 이는 관상을 보겠다며 돋보기를 치켜든다. 굿판과 상담실, 점집이 한 무대에 펼쳐진 듯한 장면. 11일 공개되는 디즈니+ 새 예능 ‘운명전쟁49’의 예고편이다. 무속인·사주 전문가·족상가·타로 리더 등 운명술사 49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운명’을 해석하고, 그 정확도와 설득력을 놓고 맞붙는다. 타인의 미래를 읽어주던 이들이 자신의 명성과 통찰력을 시험대에 올리는 순간이다.
셰프가 예능의 주인공이 된 데 이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는 무속인, 영상을 만드는 감독들까지 실력을 놓고 대결한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흥행 이후 ‘전문성 경쟁’을 앞세운 예능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 오디션이나 작위적인 관찰 예능을 넘어, 각 분야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들이 동일한 규칙 아래 실력을 증명하는 ‘진검승부’형 포맷이 확산되고 있다.
카메라 뒤에만 있던 연출자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 ENA ‘디렉터스 아레나’도 같은 흐름에 있다. 오는 5월 공개 예정인 이 프로그램은 현직 감독과 차세대 연출자가 단 2분 분량의 숏드라마로 경쟁하고, 생존자에겐 제작비를 지원한다. 최종 진출작은 정규 드라마로 편성돼 신규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처럼 경연 우승자들에게 다음 프로그램에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 배우 차태현과 영화 ‘극한직업’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패널로 참여해 배우와 감독의 입장에서 심사를 진행한다.
제과·제빵 분야도 가세했다. MBN에서 지난 1일 첫 방송된 ‘천하제빵: 베이크 유어 드림’은 전국 명장과 세계적 파티시에 등 72명이 4시간 안에 빵과 디저트로 승부를 겨루는 ‘K-베이커리 서바이벌’이다. 엄격한 기준을 앞세워 ‘완성도 부족’을 이유로 심사 거부가 선언되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이 공정한 룰 안에서 실력으로 평가받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어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요리든 연출이든 무속이든 각자의 세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가 관건이 됐다”며 “이는 우리 콘텐츠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