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락할 때마다 10억원을 드리겠습니다.”

금융의 심장 서울 여의도에서 활동하는 MZ 무당에게 상대 회사 주가를 떨어뜨려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징과 장구 대신 일렉기타와 드럼을 동원한 굿판이 벌어진다. 힙한 굿판이 마무리되는 순간, 주식시장이 열리고 노렸던 종목은 10% 이상 급락한다. 네이버웹툰 ‘샤MONEY즘’의 한 장면이다.

웹툰 ‘샤MONEY즘’에서 주인공이 주가를 떨어뜨리는 굿을 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에 무당이 등장하는 스토리까지 나왔다. /네이버웹툰

주식 시장이 웹툰의 새로운 재료로 등장했다. 그런데 무당들이 등장한다. 코스피 5000을 넘어 코스닥 3000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젊은 세대의 투자 열풍과 함께 커진 불안과 욕망이 판타지 분야로 흡수되고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이 커진 상황, 웹툰은 그 틈을 파고든다. 주식과 샤머니즘이 섞인 혼종 서사다.

나락·영기 작가가 쓰고 그리는 웹툰 ‘샤MONEY즘’은 수십·수백억 원을 만지는 대형 투자자들이 무당을 고용하는 세계를 그린다. 가난한 소년 천지승은 여의도에서 ‘살굿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무당으로 고용된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주가 상승 굿’을 하는 무당들과 맞선다. 댓글에는 “차트보다 굿판이 더 설득력 있다” “주식하다 멘털 나갈 때 보면 묘하게 위로된다”는 반응. 지난해 6월 연재를 시작했는데, 이용자 중 20~40대 남성 비율이 약 65%로 절대다수다. 현재 네이버웹툰 ‘#자본주의’ 카테고리 인기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임영윤·양송 작가의 네이버웹툰 ‘미래를 보는 투자자’는 또 다른 방향에서 투자자의 욕망을 자극한다.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한 뒤, 미래를 예지하게 된 강진후가 열 배 이상 상승하는 종목을 뜻하는 이른바 ‘텐베거’를 미리 맞혀 세계 1위 투자자를 향해 질주하는 이야기다. 투자를 넘어 경제·정치·기업·글로벌로 판을 넓혀가는 설정에 독자들은 “주식 웹툰이 아니라 경제 판타지 같다” “어디까지 맞히느냐보다 언제 틀릴지가 더 무섭다”는 반응을 보인다. 2024년 1월 시작된 이 작품 역시 20~40대 남성 독자 비율이 약 70%에 달하고, 50대 남성 독자 비율도 약 10%로 남성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주식은 숫자의 세계지만, 투자 과정에서 겪는 감정은 좀처럼 설명되지 않았다. 주식 시장의 예측 불가능성, 불안, 욕망을 서사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오컬트와 판타지가 선택됐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과 개인 투자자의 무력감을 오컬트라는 상징으로 치환한 것”이라며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판타지가 대신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