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훈과 유해진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점에서 열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올해 최고의 화제작” “설 연휴 흥행 돌풍 예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미리 보고 온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21일 언론 배급 시사회 이후 호평과 극찬 세례가 이어지면서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식 개봉을 2주나 앞둔 현재, 주요 경쟁작들을 제치며 전체 예매율 1위에 등극했다.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은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한국 영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준익 감독도 영화를 보고 “항준아, 네가 드디어 하는구나” “드디어 엄청난 흥행을 해보는구나”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장 감독은 “이준익 감독이 인정해 주니 좋더라”라며 “반응이 안 좋으면 ‘몇 년 농사를 망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나를 믿어준 배우와 스태프, 투자자들에게 너무 죄송해진다. 그런데 다행히 좋은 평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계유정난으로 어린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나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단종의 이야기를 그린다. 단종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공백을 여러 기록과 상상력으로 빼곡히 채웠다. ‘단종의 시신에 손을 대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어명에도 시신을 수습한 뒤 평생을 숨어 살았다는 영월 호장 엄흥도와 단종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 이미 결말을 알고 보는 작품이지만,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장 감독은 “보통 이 시절을 얘기하면 계유정난을 많이 떠올린다. 그게 드라마틱하지만, 이미 그 소재를 다룬 좋은 작품이 많다”며 “관객으로서 좋은 걸 충분히 보고 즐겼기 때문에 그 이후의 단종의 삶을 다뤄보자고 생각했다. 실현되지 못한 정의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성공한 불의에 대해 인정하고 박수를 보내면 그게 진짜 인간적인 삶인가?’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혀져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끝에 이러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멀리 나갈 것도 없이 우리 역사에서 그런 일이 반복돼왔다. 그걸 엄흥도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장항준 감독. /쇼박스

이 영화의 높은 몰입도는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에서 나온다. 드라마 ‘약한영웅’ 시리즈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이 단종을 연기했고, 유해진이 엄흥도를 맡아 호흡을 맞췄다. 이 밖에도 전미도, 유지태, 김민과 특별출연한 이준혁과 박지환 등이 탄탄한 연기를 더했다.

장 감독은 “그 배우들을 누가 모았겠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섭외할 때 인기를 제외하고 온전히 연기만 봤다”며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유해진을 염두에 뒀고, ‘약한영웅’을 보고 박지훈을 섭외했다”고 말했다. 섭외 과정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는 장 감독은 “네 번째 만났을 때 하겠다고 하더라. 다른 20대 남자 배우들과는 다른 진중함이 있었다”며 “지훈이랑은 촬영 전부터 얘기를 많이 했고, 1대1 대본 리딩도 제일 많이 했다.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면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태도가 너무 좋다”고 했다.

금성대군을 연기한 이준혁에 대해서는 “금성대군은 고결한 왕족, 작품 안에서 유일하게 힘을 가진 정인(正人)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인물은 멋있고, 기개가 있고, 잘생긴 배우가 맡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혁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준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직전 ‘나의 완벽한 비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더라. 뭔가 느낌이 좋았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장항준 감독. /쇼박스

마지막으로 장 감독은 “영화가 흥행했다” “한국 영화가 2026년에 다시 살아나는 데에 이 작품도 일조했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우리’가 흥행하면서 첫 번째 문을 잘 열어줬다. 저희가 바통을 이어받아 흥행을 이어가고, 또 다른 작품들이 이어받아서 올해가 극장가가 반등하는 해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뤘다. 다음 달 4일 개봉한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예매 관객 수 6만3722명을 기록하며 전체 예매율 1위에 올랐다. 동시기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경쟁작 ‘휴민트’와 현재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약에 우리’ 등을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