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아줌마’로만 알려진 고(故) 한혜경씨가 반복된 불법 성형 수술을 받기 전 과거 사진이 공개됐다.
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선풍기 아줌마’로 알려진 한씨의 외모 콤플렉스와 불법 성형, 그리고 다시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되짚었다.
한씨의 사연은 2004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알려졌다. 보통 사람보다 얼굴이 세 배 이상 큰 한씨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그를 ‘선풍기 아줌마’라고 불렀다. 당시 한씨의 이야기는 순간 최고 시청률 31%를 기록하며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강렬한 충격을 남긴 에피소드로 꼽힌다.
그의 이름은 한혜경이었다. 어린 시절 외모가 뛰어나 공주처럼 자랐고, 노래를 좋아해 가수를 꿈꿨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무명 가수로 활동했다. 작은 무대였지만 인기를 점차 얻어가며 자신의 꿈을 키워갔다고 한다.
방송에서 공개된 당시 한씨의 모습은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사진을 본 배명진은 “너무 다르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방은진은 “멜로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했다. 김희정 역시 “스타일도 세련됐고, 지금 당장 배우로 활동해도 인기 많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씨는 어느 날부터인가 무대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점점 위축됐고, 외모를 바꾸면 삶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는 성형 결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씨는 성형외과가 아닌 불법 시술을 찾았다. 1980년대에는 불법 성형이 만연했다고 한다. 한씨는 시술을 반복하는 사이에 성형 중독에 빠졌고, 어느새 얼굴이 흉하게 변하고 말았다. 결국 빈털터리가 된 채 귀국해 가족들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가족들이 나서 7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얼굴에서 다량의 실리콘을 제거했지만, 문제는 더 깊었다. 이후 한씨가 얼굴에 파라핀 오일, 공업용 실리콘, 콩기름 등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을 스스로 주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굴은 점점 더 부풀어 올랐고 근육 마비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거울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하는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다.
이에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이 나섰고, 어렵게 수술이 가능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한씨는 단순한 성형 중독이 아닌 환청과 환각이 이어지는 심각한 조현병을 앓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술은 2년 9개월 동안 1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얼굴에서 제거된 이물질의 무게만 4㎏이었다. 정신과 치료도 병행할 수 있었다. 어렵게 일상을 되찾은 한씨는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인 노래도 다시 시작했다. 봉사단을 통해 무대에 설 기회를 얻은 한씨는 어느 때보다 밝은 모습으로 행복을 노래했다.
2018년, 한씨는 57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자세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들의 인도 아래 조용히 장례식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를 27년간 진행했던 방송인 박소현은 “’선풍기 아줌마’ 이미지보다는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가수의 꿈을 꾸었던 한혜경씨의 스토리”라며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