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KBS·MBC를 이겼다!”
지난 연말 한 유튜브 채널에서 연 ‘핑계고 시상식’. 웅장한 음악도, 대형 공개홀 단상도 없었다. 작은 사무실에 테이블 몇 개가 놓였을 뿐인데, 황정민·이성민·송승헌·이동욱·한지민 등 지상파급(?) 연예인을 포함해 32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 해 동안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튜브 예능 ‘핑계고’에 나온 출연자들. 테이블 위엔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탄산음료가 놓였다. 한껏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서 입었지만, 발에 슬리퍼를 걸친 이도 있었다. 시상식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은 분위기.
분량도 2시간 33분으로 무척 긴 이 콘텐츠가 공개 엿새 만에 조회 수 1000만회를 넘기더니, 지난 6일엔 1368만회로 계속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댓글은 3만2000여 개가 훌쩍 넘었다.
“이거야말로 내 진짜 연말 시상식”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로 같은 기간 방송 3사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연말 연예대상·연기대상 주요 클립 조회 수는 10만~60만회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방송사 시상식보다 인기 있는 이유가 있다. 신인상·인기상·최우수상·대상 등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 평가와 구독자 온라인 투표를 함께 반영한 것. 온라인 투표 등 평가 과정은 커뮤니티에 올려 모두 공개했다. 그 결과 올해 ‘대상’ 수상자는 지석진으로 결정됐다. 방송 데뷔 이후 첫 대상 수상. 온라인 투표 참여자 9만7000여 명 중 무려 64%가 그를 선택했다. 방송계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일반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과 좀 다른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핑계고’뿐만이 아니다. 최근 306만 구독자를 보유한 침착맨의 이른바 ‘침투부 어워즈’는 조회 수 100만을 돌파했고, 방송인 정형돈도 시사 교양에 예능을 접목한 자신의 유튜브에서 시상식을 열어 41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지난 연말 유튜브 시상식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도 충분히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오히려 유튜브가 보여줬다”며 “앞으로 방송사들이 자유로운 형식과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포맷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