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최연장자임에도 팀을 위해 후배들의 지시에 묵묵히 따르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후덕죽 셰프와 ‘백수저’ 참가자들의 숨은 인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후덕죽 셰프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접시닦이에서 상무까지, 중식 대가 후덕죽

후 셰프는 서울신라호텔 출신의 대표적인 중식 대가다. 그는 1977년부터 2019년까지 42년간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 몸담으며 창립 멤버이자 총주방장으로 활동했다. 국내 호텔업계에서 중식 조리사로는 처음으로 임원(상무) 직함을 달았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보양식인 ‘불도장’을 한국식으로 개발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상어 지느러미, 사슴힘줄, 잉어부레, 자연송이, 해삼, 오골계 등 고급 재료를 넣어 세 시간 이상 찌는 불도장은 호텔신라의 대표 메뉴로 자리잡았다.

후 셰프는 중국 최고 지도자들로부터 요리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 장쩌민 전 주석, 주룽지 전 총리 등 중국 국가 지도자들로부터 “중국 본토 요리보다 훌륭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후 셰프는 접시 닦이로 요리를 시작해 이사를 거쳐 상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2000년 보건복지 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신라호텔 인턴에서 미쉐린 1스타로, 최유강

최유강 셰프. /미쉐린 가이드

‘백수저’ 최유강 셰프 역시 신라호텔 출신이다. 그는 신라호텔 인턴으로 시작해 후 셰프의 ‘팔선’에서 10년간 일했다. 처음에는 벽을 보며 짜사이만 썰다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화교 셰프들 사이에서 중국어를 알아듣기 위해 새벽에 중국어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유수 호텔에서 연수를 하게 됐다.

이후 신라호텔 ‘더파크뷰’를 키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더파크뷰’는 최 셰프가 부임하기 전 하루 매출이 700만원에 불과했는데, 그가 부임하고 나서는 1억원까지 뛰었다고 한다.

최 셰프는 현재 ‘코자차’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2022~2024 미쉐린 1스타에 선정됐다. 미쉐린 가이드는 추천 메뉴로 최 셰프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볶음밥과 탕수육, 그리고 불도장을 추천했다.

◇대통령의 요리사 천상현

천상현 셰프. /조선일보DB

천상현 셰프 역시 신라호텔 출신이다. 천 셰프는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4개월간 청와대에서 근무한 ‘대통령의 요리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경력의 시작은 신라호텔이었다.

천 셰프는 신라호텔 중식부에서 일하던 중 청와대에 입성했다. 여기에는 ‘팔선’을 진두지휘했던 후 셰프와의 인연이 작용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중식을 할 줄 아는 한국인 요리사를 필요로 했는데, 후 셰프가 천 셰프를 추천했다고 한다. 중식 애호가인 김 전 대통령이 좋아한 메뉴가 불도장이기도 했다.

천 셰프는 청와대 요리사로 일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면 신라호텔에서 새로운 메뉴를 배웠다. 그때 후 셰프의 혹독한 가르침이 있었다고 한다. 천 셰프는 후 셰프를 ‘내 인생을 바꾼 사부’로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