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4’에서 ‘현역부X’ 출전자인 ‘남양주 황정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대기실에 있던 오비부 출전자 김금희(67)가 울음을 터뜨렸다.
현역부X는 얼굴과 이름을 숨기고 출전한 현역 가수들. 오로지 목소리로만 승부를 건 참가자들이다. 장막을 뚫고 쏟아지는 ‘황성옛터’ 노래에 마스터(심사위원)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올 하트’를 받고 얼굴이 공개된 가수는 허찬미(33). 바로 직전, 오비부에서 올 하트를 받은 김금희의 딸이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목소리만으로 딸인 것을 알아채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허찬미는 음악과 함께 컸다. MBC 제1회 서울국제가요제(1978)에 입상하고 서라벌레코드 가수 겸 작곡가로 활동한 아버지와 발라드와 트로트를 오가며 70년대 방송사 신인가수상 후보에도 올랐던 어머니 사이에서 난 2녀 중 막내. 가수 박우철이 불렀던 ‘정답게 가는 길’(1976)의 작곡가 허대운(본명 허만생)이 아버지다. 언니 허혜미 역시 ‘STELLA’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작곡가 겸 가수. 온 가족이 음악을 한다.
어머니에게 막내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허찬미는 다섯 살 때인 1997년 MBC 로고송을 녹음했을 정도로 음악 활동을 일찍 시작했다. 열네 살 때 KBS의 한 가요 프로그램 시청자 코너에서 노래한 영상이 눈에 띄어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잠시 활동을 접었다. 이후 2010년 혼성 아이돌 그룹 ‘남녀공학’으로 데뷔한다. ‘프로듀스101’에도 나오고 ‘믹스나인’ 등에서 활동했지만, 무명 신세를 벗지 못했다. 트로트로 장르를 바꿔 ‘미스트롯2’ 등 수차례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날 김금희는 무대에서 “사랑하는 막내딸을 위해 이 자리에 선 67세, 트로트 오뚝이 허찬미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전했던 것. 그는 “딸이 무수한 오디션을 봤는데 ‘미스트롯4’에 또 도전하더라, 처음엔 반대했는데 찬미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정말 잘해보겠다고 했다”며 “엄마라도 같이 나가면 이슈가 될까, 우리 찬미가 좀 더 관심을 받을까, 뭐라도 해보고 싶어 이렇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 간절함은 무대에서 마스터들에게 전해졌다. 엄마가 부른 노사연의 ‘바램’은 올하트를 받았다. 기쁨도 잠시 대기실로 돌아가 하염없이 딸의 순서를 기다렸다. 김금희는 “그때까지도 딸이 예심에 붙었는지, 언제 어떤 순서에 나올지 몰랐다”고 했다.
딸 역시 올하트로 무대를 끝내고 대기실로 달려가 어머니와 눈물로 재회했다. 대학에서 허찬미를 가르치기도 했던 박선주 마스터는 “오늘 노래는 고백 같았다, 멈추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며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이날 ‘미스트롯’ 최초로 모녀 동반 마스터 예심 합격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허찬미는 본지에 “엄마가 한때 가수의 길을 걸었다는 건 알았지만, 무대에 선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며 “미스트롯 무대에 선 엄마를 보니 롤모델로 삼고 싶을 만큼 멋지고 존경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저를 위해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도, 실제로 지원했는지 (예심을) 통과했는지도 서로 절대 묻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엄마의 꿈도 다시 한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미스트롯4’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조명했다. 직장부 A 이지나(33)는 유방암 3기 투병 사실을 고백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송가인의 ‘아사달’을 불렀다. 원곡자인 송가인 마스터는 “노래에 담긴 의미처럼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응원을 건넸다. 17년 차 가수 윤태화는 현역부 X에 ‘봉천동 김수희’로 출전해 ‘단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가 나오자, 양지은 마스터는 노래 부르는 내내 눈물을 쏟았다. 양지은은 “내가 생각하는 노래 제일 잘하는 동료”라며 “미스트롯2에서 그가 단체 팀 미션에서 나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기에 내가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윤정 마스터는 “이번에는 뒷심을 발휘해 끝까지 살아남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날 방송은 출전자들의 감동 스토리가 소개되며 몰입도를 높였다. 시청률은 1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전주 대비 3.2%포인트 상승했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14.8%까지 치솟았다. 2주 연속 지상파·종편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나가수’의 레전드 적우는 15년 공백을 깨고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불러 전율을 안겨줬다. 그가 과연 올하트를 받는지, 마스터들의 평가는 다음 주 목요일 밤 TV조선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