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스 재킷 스타일링을 선보인 가수 강민경. /강민경 인스타그램

한때 등산 옹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플리스 재킷이 이제는 MZ세대 사이에서 ‘그래놀라 걸’ 스타일의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그래놀라 걸’ 스타일은 스위스, 캐나다 등지에서 유행하던 자연주의 패션이다. 하이킹, 캠핑에서 영감을 받은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감성이 핵심이다. 이 트렌드는 틱톡에서 시작된 영상이 바이럴되며 글로벌 유행으로 번졌다. 플리스 재킷을 착용한 한 미국 여성이 “남자친구가 이렇게 섹시하게 입고 어디 가냐고 묻더라”고 말했는데, 전형적인 ‘섹시함’과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라는 점이 반전 포인트가 되면서 조회수가 폭발했다.

플리스 재킷 스타일링을 선보인 레드벨벳 슬기. /슬기 인스타그램

가수 강민경이 최근 일본 여행에서 선보인 플리스 재킷 스타일링 역시 온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오버사이즈 플리스 재킷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한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룩은 MZ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레드벨벳 슬기도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플리스 패션을 선보였다.

◇명품 브랜드가 쏘아올린 그래놀라 코어와 플리스 열풍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의 2026 봄·여름(S/S) 컬렉션에서 플리스 재킷 스타일링을 선보인 엠마 코린. /미우미우 인스타그램

특히 올해 플리스 열풍의 중심에는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가 있다. 엠마 코린이 미우미우 2026 봄여름(S/S) 컬렉션쇼 프런트 로에서 선보인 ‘체크패턴 플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초록색과 남색의 컬러 조합이 돋보이는 이 플리스 재킷에 클래식한 느낌의 체크 패치워크 미디스커트를 매치해 플리스를 새롭게 재해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플리스는 ‘표면의 파일이 일어나도록 만든 양털같이 부드러운 직물’을 의미한다. 이 소재를 패션계로 이끈 대표주자는 ‘파타고니아’다. 1988년 첫 출시된 파타고니아 레트로 파일 재킷은 가볍고 따뜻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아웃도어 마니아들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등산복의 혁명’으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에서 플리스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인스타그램

아웃도어 의류에서 출발했지만, 올해는 ‘보헤미안’ ‘그래놀라 코어’ 등 패션 트렌드의 영향과 함께 다채로운 패턴과 화려한 컬러를 통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SSF샵이 지난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플리스’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판매량 350만장 돌파…겨울 일상복이 된 플리스

플리스가 등산복에서 일상복으로 스며들게 된 데에는 SPA 브랜드의 힘이 컸다. 원가 혁신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MZ세대의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파오(SPAO)가 대표적이다. 스파오에서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플리스 라인을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플리스 집업부터 바지, 조끼, 카디건 등의 가격은 2만9900원~3만9900원에 형성돼있다.

스파오의 25FW 덤블 에디션 헬로키티. /스파오 공식 홈페이지

콜라보도 화제다. 올해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포켓몬, 먼작귀, 리락쿠마, 망그러진곰, 산리오캐릭터즈 등으로 구성된 플리스 상품 ‘덤블 에디션’을 출시했다. MZ세대를 향한 공략이 먹혔고, 스파오의 플리스 상품군은 브랜드 론칭 이후 누적 판매량 350만장을 돌파했다. 올해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플리스는 두꺼운 패딩이 부담스러운 날씨에는 아우터로, 강추위 때는 아우터 안에 이너로 매치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