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9번째를 맞은 미국 최대 추수감사절 행사 ‘메이시스 퍼레이드’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캐릭터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핼러윈 축제에서는 선생님과 학생을 가리지 않고 ‘사자보이즈’로 분장한 이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제 미국에서 ‘K컬처’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삶의 일부로 자리잡았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왜 K컬처가 열풍일까?
김숙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극‧영화과 교수는 23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한류 인사이트 강연에서 “1990년대 제 지도교수님이 우연히 지역 케이블 채널에서 드라마 ‘용의 눈물’을 보고는 셰익스피어 작품보다 더 훌륭한 드라마라고 칭찬했다”며 “그만큼 우리나라 콘텐츠는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전에는 전달할 통로가 부족했다면, 이제는 그 힘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전환점으로 ‘코로나’를 꼽았다. 그는 “K-콘텐츠는 특히 온라인에서 강세를 보인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소수가 즐기는 하위문화였다면, 코로나 시기 누구나 집에서 콘서트를 즐기고, 영화를 보게 되면서 한국 문화가 비로소 날개를 달게 됐다”고 했다.
이에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만큼 어디에서든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인터넷망이 깔린 곳이 없다”며 “한국인들이 소비한 콘텐츠의 양이 전 세계 어느나라보다 많다고 한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수준은 올라가고, 생산자는 그에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20여년을 쌓아온 저력이 한 순간에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는 사람만 가던 지방 맛집이 온라인이라는 고속도로가 깔리면서 전 지역에 알려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작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K-드라마를 즐겨보는 이들은 45세 이상의 남성이었다. K드라마의 진정한 ‘숨은 팬덤’인 셈이다. 또한 미국 넷플릭스의 K드라마 시청자 30%는 히스패닉계로, 다양한 인종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K컬처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K콘텐츠를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이 지속성의 핵심”이라고 꼽았다. 그는 “젊은 층이 좋아하고, 따라 하는 문화는 그들이 나중에 중장년층이 되어서도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는 문화의 종착점이 될 수 있다”며 “시골의 미국 아이들도 K팝 댄스 학원을 다닐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됐다. 그렇기에 K컬처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는 “1980년대 홍콩 영화를 보고 자란 이들이 홍콩 여행을 가고,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배경이 된 실제 장소를 찾아간다”며 “이제는 미국인에게 한국의 성수동 화장품 편집숍이 꼭 들려야 하는 성지고, 한강에서 즉석 라면을 먹는 것 자체가 낭만이 되는 시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K컬처가 주류라는 것을 의심하기보다는 한국이 문화 강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