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비행기 납치범을 제압하는 ‘백기태’(현빈). 실제 있었던 ‘요도호 사건’에 허구의 인물을 더했다./디즈니+

중앙정보부 과장 ‘백기태’(배우 현빈)가 의문의 검은 가방을 들고 일본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탄다. 그런데 돌연 비행기가 납치된다. 납치범들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평양이다.

24일 공개되는 디즈니+ 연말 대작 ‘메이드 인 코리아’가 1970년 일본항공 비행기 납치 실화 ‘요도호 사건’을 또 한 번 소환했다. 같은 사건을 블랙 코미디로 만들어 호평을 받았던 국내 영화 ‘굿뉴스’(넷플릭스)가 공개된 지 두 달 만이다.

같은 실화 바탕 작품이 연달아 공개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시사로 미리 본 ‘메이드 인 코리아’는 전체 6화 중 약 한 시간가량의 1화가 소재 측면에서 영화 ‘굿뉴스’와 겹쳤다. ‘굿뉴스’와 마찬가지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충실히 녹였기 때문. ‘요도호 사건’은 일본 공산주의 조직 적군파 납치범들이 평양에 가기 위해 도쿄발 후쿠오카행 일본항공 비행기를 공중 납치한 사건이다. 이들은 돌연 김포공항에 착륙했고 한일 정부와 협상을 벌인 끝에 승객들을 풀어주고 평양으로 갔다.

'서고명 중위'(홍경·오른쪽)와 '아무개'(설경구·왼쪽)라는 허구의 인물을 중심으로 '요도호 사건'을 각색한 영화 '굿뉴스'./넷플릭스

비행기를 김포공항으로 유인하기 위해 벌이는 교신 가로채기, 허술하게 평양공항으로 위장한 김포공항 등 실화의 요소들이 두 작품에 ‘평행 세계’처럼 등장한다. 납치 사건을 해결하는 숨은 공신은 서로 다르게 설정됐지만, 사건의 극적인 전환들을 이미 한 번 보여준 ‘굿뉴스’가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가 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굿뉴스’ 공개 시점에 이미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제작이 끝난 상태였으며, 디즈니+는 공개 시기 조정을 따로 고려하지 않았다.

이런 결정에는 2화부터 ‘굿뉴스’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 작용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일본 야쿠자와 손잡고 한국산 마약을 팔아 부와 권력을 잡으려는 야심가 백기태와, 그를 잡고자 하는 만만치 않은 집념의 검사 ‘장건영’(정우성)이 대결하는 이야기다. 백기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활용한 ‘요도호 납치 사건’ 외에도 각 회차마다 1970년대 일어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두 감독이 같은 실화를 어떻게 다르게 ‘요리’하는지 비교할 수도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남산의 부장들’(2020) ‘하얼빈’(2024) 등을 만든 우민호(54) 감독 작품이다. ‘굿뉴스’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을 만든 차세대 변성현(45) 감독 작품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묵직하다면, 확실한 콘셉트와 생생한 캐릭터로 위트를 살린 ‘굿뉴스’의 존재감이 통통 튄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백기태'의 비위를 파헤치는 검사 '장건영'(정우성)./디즈니+

우민호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내 작품들 중에서 제일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감독의 첫 OTT 작품이다. 박용우, 조여정, 정성일 등 노련한 배우들과 ‘오징어 게임’에 나온 노재원·원지안, 그리고 서은수 등 신예들이 등장한다. 현빈과 정우성이 새로운 연기를 시도한다. “그 시대만의 색과 디자인이 표현되면서도 낡지 않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담긴 시대 재현도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