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별세한 배우 고(故) 윤석화의 빈소에 고인과 함께했던 연극·문화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석화는 19일 오전 9시 54분쯤 뇌종양 수술 뒤 투병 중이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이 함께한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2022년 연극 ‘햄릿’ 무대에 선 뒤 10월 영국 출장 중 쓰러진 그는 이후 서울에서 세 차례 대수술을 받고 병마와 싸웠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빈소엔 고인과 작품을 만들어냈던 동료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의 절친한 선배였던 배우 박정자는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그는 “아무 소리도 못 해. 무슨 말을 해. 아무 소용 없어”라는 혼잣말로 고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허탈한 마음을 드러냈다.
연극 ‘햄릿’의 손진책 연출가는 “‘햄릿’을 하면서 가끔 피곤하다고 했는데 그게 병의 시작일 줄은 몰랐다”며 “연극계 최초의 스타였는데 재능을 다 못 피우고 보내 안타깝다”고 했다. 또 “본인도 아쉽겠지만 우리도 아쉽기에 곧 만나 좋은 작품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 연출가의 아내이자 고인과 민중극단에서 같이 활동한 배우 김성녀도 “(고인이) 이루지 못한 것을 우리가 대신 이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착잡하다”며 “먼저 (하늘에) 가서 연극 단체를 만들어 놓으면 우리가 나중에 따라가서 함께 연극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햄릿’에 배우로 함께 출연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연극계를 위해 한참 더 역할을 해야 할 때인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며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고인이) 병상에서 털고 일어나면 작품을 꼭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하기에, 빨리 회복해 좋은 작품을 하자고 약속했었다”며 “이제는 제약 없는 곳에 가서 좋은 작품을 많이 꿈꾸시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빈소를 찾았다. 최 장관은 “연극계 큰 기둥이셨던 윤석화 선생님은 무대 위에서 가장 뜨거우셨던 분”이라며 “투병 중에도 무대를 향한 그리움을 놓지 않으셨는데, 이렇게 일찍 떠나신 데 대해 애통하고 마음이 먹먹하다. 선생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 내에는 생전 고인의 무대와 동료들의 응원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이 영상을 만든 이종일 전 민중극단 대표는 “무대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되길 희망한다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며 “그분의 열정과 헌신은 따라가기 힘든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밖에 배우 손숙, 강석우, 가수 유열 등도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배우 고두심, 최정원, 남경주, 송승환, 가수 이문세 등은 화환을 보내 추모의 뜻을 전했다.
발인은 오는 21일 오전 9시다. 오전 10시엔 고인이 설립한 소극장 정미소가 소재했던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주관으로 약 20분간 노제가 진행된다.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에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