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연극 스타’ 배우 윤석화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악성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 약 2년 만이다. 윤석화의 투병 일지는 다른 이들과 달랐다. 앞니가 모두 빠졌을 때에도, 자연 치료 요법으로 암을 이겨내면서도 ‘윤석화다움’을 잃지 않았다.
“하루를 살아도 윤석화답게 살다 윤석화답게 죽겠다”
2023년 8월 윤석화는 우먼센스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뇌종양 투병 사실을 알렸다. 2022년 연극 ‘햄릿’ 공연을 마친 뒤 영국 출장지에서 쓰러졌고, 서울로 급송됐다고 했다. 급작스럽게 뇌에서 종양이 발견되면서 20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나와 의식을 회복한 윤석화는 담대한 결단을 내렸다. 항암 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는 주치의에게 “이렇게 병원에서 삶을 연명하는 것은 나답지 않다. 하루를 살아도 괜찮으니 윤석화답게 살다 윤석화답게 죽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설득했다. 윤석화가 출연한 연극 ‘아가씨와 건달들’을 여덟 번이나 본 ‘찐팬’인 주치의는 윤석화의 마음을 이해해 줬다.
“웬만한 암도 아니고 뇌종양이라니, 솔직히 웃음이 나왔어요.”
그렇게 병원에서 나온 윤석화는 2023년 10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뇌종양 투병 후 첫 방송 출연이었다. 그는 “조금 기가 막혔다. 웬만한 암도 아니고 뇌종양이라니 솔직히 웃음이 나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윤석화는 항암 치료 대신 자연 치유를 선택한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방사선 표적 치료를 했는데, 몸무게가 36㎏까지 빠졌다”며 “병원에 있으면 새벽 5, 6시에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는다. 얼마나 아픈지 괴성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다고 매일 아침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사나, 이건 삶이 아니었다”며 “일주일을 살아도 나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실컷 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를 치유해 준 건 믿음의 딸”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1월 19일 윤석화의 간증 영상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에덴교회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앞니가 다 빠져 있었는데, 그래도 윤석화는 활짝 웃었다. 뇌종양 수술을 하면서 마취 호스에 버티지 못한 앞니 네 개가 모두 빠졌다고 한다.
윤석화는 “50년 넘게 연극만 하고 살았는데, 뜻하지 않게 뇌종양에 걸려 1년 전 수술을 받고 투병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20시간 넘는 수술을 마치고 깨어났을 때는 누가 손을 잡아줘도 설 수가 없었다”며 “그때는 혼자 설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 화장실도 가게 됐다며 윤석화는 “남들한테는 당연한 일이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신통방통하고 놀라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치유해 준 건 믿음의 딸”이라며 “그 믿음의 딸과 항상 함께 기도한다. 기도를 통해 정말 많이 나아졌다”고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윤석화는 마지막까지 ‘인생의 멋’을 잃지 않았다. 그가 우먼센스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우리 모두 멋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 자세의 문제예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사유할 수 있는 책 한 권, 시 한 편을 보는 여유를 가지면 멋지게 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