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뉴스1

배우 오영수(81)씨의 강제추행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성폭력 피해자의 꿈은 너무 쉽게 작아지고, 가해자의 명망과 경력은 잃을 것이 많다며 오히려 보호된다”고 했다.

김씨는 15일 오후 한국여성민우회 등 주최로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극계 성폭력 판례 평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공개 석상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미투(Me too) 운동 이후 한국 사회는 달라졌으나 일부 사법부가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법정에서 2차 가해가 반복되는 것은 여전하다”며 “성범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권력과 침묵이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이라고 했다.

오씨의 재판을 방청했다는 그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재판이 반복됐다”며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해자에게 깊이 이입한 사법부를 다시 마주했다”고 했다. 이어 “그 누구의 인권도, 그 어떤 꿈도 짓밟혀서는 안 된다”며 “문화예술계의 구조적 문제, 피해자다움이라는 낡은 기준과 미투 왜곡 프레임, 권력형 성폭력의 본질을 정면으로 봐달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김씨는 이런 의견을 밝히며 울먹이기도 했다.

오씨는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을 위해 대구에 머물던 때 한 산책로에서 극단 후배인 여성 A씨를 껴안고, A씨의 주거지인 오피스텔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 두 차례 강제 추행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오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다. 그러나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는 지난달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 피고인이 강제 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땐 피고인 이익에 따라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핵심 증거로 쓰인 A씨의 진술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A씨가 처음 추행 피해를 당한 후 6개월이 지나 성폭력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오씨가 볼에 입맞춤을 하려고 시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이후 수사 기관에서 “볼에 입맞춤을 했다”는 취지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2021년 A씨의 사과 요구에 오씨가 “미안하다”는 취지로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선 “당시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것을 고려하면 메시지의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피고인이 사과한 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검찰은 항소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