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배우 김고은. /넷플릭스

“전도연 선배님과 10년 만에 두 번째 호흡을 맞췄던 건 제 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거예요.”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에게 ‘자백의 대가’라는 작품이 주는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김고은에게 전도연은 “존재만으로 소중한 사람”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전도연)와 마녀로 불린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 이후 전도연과 김고은이 10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김고은은 “전도연은 제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준 배우”라며 “배우의 꿈을 갖고 나서 제 인생이 바뀌었다. 꿈을 향해 달려나가고, 정말 열심히 살았던 그 인생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기에 존재가 주는 소중함이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배우 전도연, 김고은. /넷플릭스

그는 전도연 주연의 영화 ‘밀양’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며 “몇 시간을 할애해서 메이킹 영상까지 다 찾아봤었다”고 했다. 이어 “전도연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건 저에게 정말 의미 있다”며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제 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이 순간을 꼭 화보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김고은은 “스케줄이 맞지 않아 촬영 일정을 못 잡고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전도연 선배님한테 전화해서 ‘우리가 또 작품에서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제발 남기면 안 돼요?’라고 졸랐다”며 “결국 며칠 전에 화보를 찍었다”고 했다.

김고은에게 전도연과의 재회가 주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성장’이다. 그는 “’협녀’ 촬영 때는 버거웠고, 소화해 내기 급급했기에 전도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며 “숙소에서 고민이 너무 많아서 전화하면 제 방으로 와서 조언을 해주시던 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현장에서는 제가 촬영 회차적으로 좀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전도연을 케어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현장 진행 상황을 보면서 전도연과 대화하고, 장난도 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많이 컸다’고 느꼈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그만큼 김고은은 전도연의 상대역인 ‘모은’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듯했다. 그는 “모은이라는 인물을 감정적으로 거세당했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며 “인간이 어느 정도의 충격과 감정의 과부하가 오면 ‘펑’하고 터지듯이 고장 나버릴 수 있을까, 그런 상태에 있는 모은이는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하고 상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고 했다. 이어 “말 한마디를 할 때도 ‘내가 이럴 자격이 있나?’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며 “그래서 단어를 나열하듯이 말하는 느낌을 살렸다”고 했다.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배우 김고은. /넷플릭스

짧은 숏컷 역시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김고은은 “모은이는 숨기는 게 많아 보이는 인물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얼굴을 가리지 않음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머리카락 한 올에도 숨을 곳이 없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느껴서 굉장히 짧은 머리를 떠올렸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는 ‘김고은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평을 꼽았다. 김고은은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고 나면 어떻게 봐주실지 항상 걱정된다”며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건 낯설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니까, 크게 안심했다”고 했다.

전도연이 김고은을 배우로 이끌었듯, 김고은 역시 이제는 누군가의 롤모델로 꼽히는 인물이 됐다. 그는 “연달아 작품이 인정을 받는 게 너무 감사하다. 저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라며 “자부할 수 있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중에 제가 많은 일을 겪어나갈 때 ‘지금’이 꺼내어 쓸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 모습에서 ‘사랑스러운, 아티스트’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