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도해보자(Let’s try it)라고 말하는 한국 특유의 기업가 정신에 감탄했습니다. 정통 있는 브랜드일수록 그런 목소리를 내기 쉬운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은 달랐습니다.”
131년 전통의 영국 브랜드 닥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디자인 총괄 책임자·이하 CD) 루크 구아다던은 최근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지난 4년간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한국에는 ‘변화에 대한 욕구(desire for change)’가 매우 크다는 것”이라면서 “고객의 기준이 매우 빨라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 즉각 알아볼 수 있고, 또 제품에 대한 판단 기준이 굉장히 높은 점은 혁신의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닥스는 영국 왕실이 왕실의 문장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영국 대표 브랜드. 특유의 체크와 DD 로고, 트렌치코트 등이 상징적이며, 1983년부터 국내 LF가 라이선스 형태로 전개했다.
지난 2021년 닥스 CD로 선임된 루크 구아다던은 영국 유명 패션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와 영국 왕립 예술학교 석사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버버리에서 근무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버버리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패션계 명성을 날렸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영국 전통 문구·가죽 브랜드인 스마이슨의 CD를 역임하는 등 오랜 기간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구아다던 CD는 현재 영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디자인팀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고 했다.
영국 ‘정통’ 브랜드에만 있었기에, 특유의 자부심이 적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한국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정말 좋아요!”라고 웃었다. 이때의 목소리는 ‘고함’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그는 “팀원들이 자신을 어떻게 꾸밀 줄 알고, 디자인과 그에 대한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이전에 비해 굉장히 적극적이고 오히려 외국에 비해 더 과감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변화는 ‘숫자’가 바로 말해준다. 지난해에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체크를 변주한 패턴으로 ‘타임리스 클래식 캐시미어 코트 라인’을 선보였더니 유사 품목 기준 전년 대비 250% 이상 판매가 증가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신규 구매 고객의 비율도 50%에 달했다. 기존 고객층뿐만 아니라 젊은 고객 폭도 넓어져 지난 10월 말엔 서울 신라호텔에서 12년 만에 하이엔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내년 봄여름 시즌에는 한국 고객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해 신규 컬렉션인 ‘디 오지(The OG)’도 선보인다. 구아다던 CD는 “한국을 오가며 한국의 ‘힙’한 스타일을 배워가고 있다”면서 “영국의 전통성과 한국의 개방성의 조화를 다양하게 담아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