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이 또 먹혔다. 10년 전 첫 방영된 ‘신서유기’를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해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케냐 간 세끼’는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 5위에 등극하며 ‘핫’한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했던 걸 또 한다”고 하지만, 김예슬 PD는 “잘하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기획 의도에 충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케냐 간 세끼’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김 PD는 “글로벌 시청자를 타깃으로 삼은 것보다는 오랜 기간 ‘신서유기’를 기다려주신 분들의 니즈를 만족시켜보자고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며 “한국의 전통적인 버라이어티가 글로벌로 성공할까? 의문도 있었지만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뿌듯했다”고 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웃음을 준 건 출연자 이수근, 은지원, 규현의 ‘케미’ 덕분이라고 김 PD는 설명했다. 그는 “세 분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쌓은 농후한 관계성이 있다”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한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케미가 빛났던 순간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 ‘논리 게임’ 장면이었다. 김 PD는 “배에서 출연자들이 ‘너는 바보냐’ ‘우리가 똥멍청인 줄 알았냐’며 날것의 느낌으로 대화하더라”며 “마침 프로그램의 중간 부분이어서 정점을 찍는 좋은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김 PD가 바라본 세 명의 출연자는 어떤 사람일까. 김 PD는 “이수근은 항상 웃기다. 순발력이 강점”이라며 “사파리에서 밤늦게까지 촬영할 때 조명이 켜져 있으니 날파리가 엄청 모여들었는데, 그때 ‘아낙수나문!’이라면서 힘든 상황을 재치 있게 넘겨줬던 게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은지원에 대해서는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이수근과 규현 사이에 약간의 갭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 가교 역할을 너무 잘해준다”며 “항간에서 ‘은초딩’이라고 하지만, 팀을 돈독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는 분”이라고 했다.
규현을 두고는 “막내지만 비관적인 캐릭터로, 아픈 곳을 찔러주고 본인을 희생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날려주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케냐에 도착하자마자 규현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서 프로그램은 시작한다. 김 PD는 “처음에는 휴대전화를 찾을 수 있을 줄 알고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해 재밌었는데, 슬슬 걱정이 되더라”며 “입장을 바꿔보면 정말 심란할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공항에서 휴대전화 찾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규현이 먼저 ‘일정대로 가자’고 말해줬다”며 “프로답게 바로 방송에 임해주고, 자신을 희화화하면서 프로그램 웃음 포인트로 만들어줘서 제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존재는 또 있다. 나영석 PD다. 출연자로 보일 만큼 자주 얼굴을 비추는 나 PD에 대한 반응이 나뉘는 것도 사실이다. 김 PD는 “나 PD의 잦은 출연에 호불호 반응이 갈린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기획할 때부터 나영석으로 대표되는 제작진과 출연자의 라포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나 PD가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정말 편하게 대한다”며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시청자도 있기에 소구 포인트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선배로서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김 PD는 “저에게는 연차 차이가 많이 나는 대선배인데, 회의에서 이야기할 때 어려움 없이 의견 개진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그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단점으로는 요즘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뵙기가 어렵다. 건강도 챙기셔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김 PD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익숙하지만 변주가 있는, 히스토리가 있는 것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며 재미를 느낀다”며 “신서유기 팬이었기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연출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열려 있다. 강호동과도 함께 여행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배우 윤여정과 패션 관련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다”며 “기존에 ‘에그이즈커밍’ 회사와 라포를 쌓았던 분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