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의 과거 소년범 전력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6일, 그가 소속사를 통해 자신의 과오를 일부 인정하고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자 방송가에 후폭풍이 번지고 있다. 방송사들 그가 출연한 작품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목소리 출연자를 교체하는 등 ‘조진웅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SBS는 조진웅이 해설을 맡았던 다큐멘터리 ‘갱단과의 전쟁’ 내레이터를 전격 교체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4부작 다큐멘터리인 ‘갱단과의 전쟁’은 마약 카르텔 등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가 범죄 조직과 이를 끝까지 쫓는 사람들의 추적 액션 르포로, 7일 오후 방송될 2회는 물론, 앞서 방송된 1회에서도 해설을 하던 조진웅의 목소리를 빼고 새로 편집하게 됐다. SBS는 이 다큐멘터리 방송 전 조진웅의 목소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드라마 ‘시그널’과 영화 ‘경관의 피’ ‘독전’ 등에서 형사 캐릭터를 완성도 있게 그려낸 모습이 프로그램에 신뢰성을 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tvN은 방송사 창사 20주년 특집 기념작으로 준비했던 ‘두 번째 시그널(시그널2)’이 방송을 앞두고 주연 중 한 명인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 드라마는 2016년 방송된 인기 드라마 ‘시그널’ 출연 멤버들을 그대로 캐스팅해 10년 만에 다시 방송할 예정이었다. 지난 8월 촬영을 완료하고 내년 초 방송을 앞두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2016년 ‘한국형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던 시즌 1의 김은희 작가와 김혜수·이제훈·조진웅 등 원년 멤버가 그대로 뭉쳤다. 투입된 제작비는 수백억 원대로 알려졌다. 드라마에서 조진웅은 정의로운 이미지의 강력계 형사 이재한으로 출연한다. 방송계 관계자는 “조진웅의 분량이 많아 (만약에 빠질 경우) 편집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tvN 관계자는 “이제 막 닥친 상황이라 현재 논의 중”이라면서 “분량 편집, 위약금 등 제반 관련 사항 등 모든 것은 추후 회의를 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방송이 끝난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들도 관리에 나섰다. KBS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던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 편을 비공개로 처리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21년 8월 공개된 다큐멘터리로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유해 봉환 과정을 담고 있다.
조진웅은 1996년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동문 극단 ‘동녘’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이후 독립운동가나 형사 등 강직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대장 김창수’에선 청년 시절의 김구 선생을 연기했고, 영화 ‘암살’에서는 신흥무관학교 마지막 졸업생 출신의 독립군 ‘추상옥’(속사포)을 맡았다. 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그는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조진웅은 올해 제80회 광복절 경축식에선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대표 낭독했다. 그동안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낭독하는 것은 독립 유공자 후손이나 국위를 선양한 스포츠 스타들이 주로 맡아왔는데, 올해 광복절에 그가 발탁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