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소년범 의혹을 일부 인정하고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허철이 과거 그에게 폭행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며 용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허 감독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학교 때 친구랑 주먹다짐을 한 이후로 어른이 돼서 처음으로 누구한테 맞았다. 2014년 어느 날 내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를 때린 사람이 조진웅 배우”라며 “반격할 틈도 없이 주변에서 말려서 일방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이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아주 늦은 시간도 아니고 모 감독의 영화 성공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 후 차량으로 이동 중 차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허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내 옆에 앉아 있던 조 배우가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가격했다”며 “사람들이 말리자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당황했다. 뭐지? 뭐 이런 황당한 경우는 무엇인가”라며 “난 그날 이 배우를 처음 만났고 도무지 이해를 못 했다”고 했다.
그는 “매니저를 통해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아무 죄도 없는 매니저만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쩔 줄 몰라 했다”고 했다.
허 감독은 “며칠이 지나도 사과하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난다고”라며 “그 이후로 난 화면에서 그의 얼굴만 보이면 껐다. 자꾸 그날 그 순간이 생각나고 분노가 치밀었기에. 트라우마가 되었다”고 했다.
이어 “주변 영화인들에게 하소연을 해도 모두들 ‘왜 그랬지?’ 허허 하며 넘어가서 그냥 묻고 지내왔다”며 “오늘 그에 관한 뉴스를 봤고 그의 과거 이력을 알게 됐다. 근데 참 희한하다. 내 마음속에서 다른 마음이 올라왔다. 처음으로 ‘그랬었구나’ 하며 용서의 마음이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이 배우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 대한 화가 치솟는다. 은퇴를 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시선과 손가락질”이라며 “그동안 나는 아무 맥락 없이 폭력을 당했던, 벌어진 현상에 대해 화내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창피하다. 난 왜 그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궁금해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까”라며 “나도 지금 그 수많은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과 같은 미물이 아니던가. 그들에 대한 화는 결국 내 자신에 대한 실망”이라고 했다.
허 감독은 마지막으로 조진웅을 향해 “부디 다시 연기 생활을 하기 바란다”며 “언젠가 다시 만나면 소주 한잔하고, 나한테 뺨 한 번만 맞고 쿨하게 털어내자”라고 했다.
허 감독은 해당 글이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며 화제가 되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허 감독은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조 배우를 더 이해하게 됐다는 의미로 쓴 글인데, 언론이 다른 프레임으로 쓰는 것 같아서 글을 내렸다”고 8일 조선닷컴에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제보를 바탕으로 조진웅이 고교 시절 차량 절도와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또 배우 데뷔 후 폭행과 음주 운전을 한 전력이 있다고도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조진웅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다만 “30년도 더 지난 시점에 경위를 완전히 파악하기에는 어렵다”며 “성폭행 관련한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조진웅은 이튿날 소속사를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저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저의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고 했다.
소속사 측은 배우 데뷔 이후 동료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소속사는 “배우가 은퇴했기 때문에 입장을 전달하기 어렵다”고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