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공간에 갖혀 있던 웹툰 캐릭터들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있다. 올해만 벌써 네 편의 웹툰이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며, 웹툰 IP(지식재산)가 영화·드라마를 넘어 공연 시장까지 확장되고 있다. 컷과 말풍선 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가 배우들의 몸짓과 조명, 음악으로 재탄생한다. 불확실성이 큰 공연 장르에서 검증된 서사와 팬덤을 지닌 웹툰은 안전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네이버웹툰 ‘집이 없어’를 원작으로 만든 동명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 황건우(왼쪽)와 조성태. /할리퀸크리에이션즈

네이버웹툰에서 6년간 연재된 와난 작가의 인기작 ‘집이 없어’가 지난 26일 창작 뮤지컬로 돌아왔다. 뮤지컬 배우 김경록, 황건우, 조성태 등이 출연하는 공연은 서울 성동구 서울숲 씨어터에서 내달 28일까지 진행된다. 각자 사연을 안고 집을 떠난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며 ‘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원작의 따뜻한 정서를 밴드 음악과 조명으로 풀어낸다.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버티는 청춘의 감정을 공연 리듬에 맞춰 재구성했다.

네이버웹툰 ‘집이 없어’ 원작의 표지. /네이버웹툰

글로벌 조회수 143억 뷰를 기록한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은 다음 달 목동아이스링크장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 on ICE’로 초연된다. 빙상 전투와 와이어 액션, 대형 프로젝션을 결합한 대규모 무대로,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김진환, 뮤지컬 배우 이호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시형 등 다양한 장르의 출연진이 화제를 모은다. 제작사인 라이브아레나 관계자는 “뮤지컬·피겨·액션이 결합된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카카오웹툰 ‘위대한 캣츠비’를 시작으로 ‘신과 함께’ ‘나빌레라’ ‘정년이’ 등 웹툰의 무대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고, 올해 들어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웹툰산업 매출액 규모는 2조1890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해 뮤지컬은 4651억원에 달해 세계 4위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전체 웹툰 시장 및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발전하는 추세.

한국 웹툰은 일본 공연계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 대형 제작사 호리프로는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오리지널 뮤지컬로 제작했다. 올해 1월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된 공연은 나고야를 거쳐 2월 6~11일 도쿄에서 12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조광진 작가의 웹툰 ‘이태원 클라쓰’도 일본에서 뮤지컬로 제작돼 지난 6월부터 도쿄 및 지방 공연에서 한 달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웹툰은 이미지 중심의 서사이기 때문에 뮤지컬 언어와 잘 맞는다”며 “웹툰이 공연 종사자들의 무대적 상상력을 크게 확장시켜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