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계를 뛰어넘었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아시아’ 파이널 직후 한국팀 김민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이 한마디는 최근 예능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지난 18일 공개된 파이널에선 한국·일본·몽골·호주·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튀르키예 8국 48명 중 끝까지 살아남은 한국과 몽골 선수들이 맞붙었다. 한국팀(김동현·아모띠·윤성빈·장은실·최승연·김민재)은 상대방 진영으로 대형 구조물을 밀어야 승리하는 벽 밀기, 팀원들의 체중 총합에 따라 무게가 설정된 대형 쇳덩이 끌기 등 6대6 총력전에서 몽골을 2대0으로 꺾으며 우승했다. 인간 신체의 극한을 시험하기 위해 1200t 모래와 40t 철골 구조물로 만든 혹독한 세트장에서 제작된 ‘피지컬: 아시아’는 11월 10~16일 기준 시청 수 250만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쇼 8위에 올랐다.
인간 신체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이른바 ‘피지컬 예능’과 함께 각종 스포츠 경기를 이용한 스포츠 예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방송인들의 재치 있는 대화를 보며 즐기는 토크가 아니라, ‘몸’을 쓰는 예능들이다. 러닝·복싱·배구·종합 체력 대결 등 종목은 더욱 다양해졌다. 불확실성과 경쟁이 일상이 된 시대에, TV 속 인물들의 ‘극한 도전’은 일종의 대리 체험이자 생존 서사로 읽히며 강한 몰입과 위안을 주고 있다.
21일 처음 방송되는 tvN ‘아이 엠 복서’는 배우 마동석이 데뷔 후 처음으로 예능에 참여해 ‘복싱 마스터’를 맡고, 김종국과 덱스가 공동 진행한다. 참가자들이 1대1 매치를 펼쳐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 초등학생부터 1964년생까지 약 2000명이 지원해 실제 선발전을 방불케 했다. 장혁, 줄리엔 강, 육준서, 대한민국 최초 UFC 라이트헤비급 정다운, 복싱 전국체전 14연패 김동회 등 연예인과 일반인, 선수 출신들이 뒤엉켜 변형된 링과 특수 공간에서 ‘피와 땀의 결전’을 펼칠 예정이다.
MBC는 방송인 기안84가 사막과 험지를 달리며 ‘극한 러닝’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극한84’를 선보일 예정. MBN의 달리기 예능 ‘뛰어야 산다’는 24일 시즌2에 들어간다. 권은주 감독, 윤여춘 해설, 배성재 캐스터가 합류해 ‘예능판 마라톤 중계’라는 새로운 예능을 선보인다. 여기에 배구 예능 ‘신인 감독 김연경’, 방출 선수의 재기 서사로 감동을 만든 ‘불꽃 야구’ ‘최강 야구’ 등 몸 쓰는 예능이 철인 3종·배구·야구로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스포츠 예능은 인간의 본능·생존·감정의 극한을 체험하게 하는 리얼리티를 앞세운다”며 “시청자들은 스포츠 경기나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몸의 진심’ 즉 실제로 겪는 고통과 노력, 투쟁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