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감독이 13일 오후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국보’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신작 ‘국보’로 일본 영화 역사를 새로 쓴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일본의 전통문화인 가부키를 소재로 삼게된 이유를 밝혔다.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국보’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감독은 이날 “확실히 저의 뿌리는 한국에 있고, 저는 한국인이다”라며 “하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부키는 일본의 전통 예능인데, 생각보다 가부키에 대한 거리감 자체가 일반적인 일본인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며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의 전통 예능에 관심을 갖거나 접하기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여성을 연기하는 남성 가부키 배우인 ‘온나가타’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 계기에 대해서는 “‘악인’이라는 영화를 찍은 후, 온나가타라는 실재하는 배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온나가타를 모델로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이 여성을 연기하는 동시에 굉장히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는 게, 관점에 따라서는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50~60년 동안 예술을 위해 자신을 갈고 닦으면서 생긴 그분들만의 독특한 모습이나 신비성이 있었다”며 “그런 실루엣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자 요시다 슈이치가 3년간 가부키 분장실을 직접 드나들며 체험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이상일 감독은 재일 교포 3세로 ‘훌라걸스’(2003) ‘용서받지 못한 자’(2013) ‘분노’(2016)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이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 일본 천만 영화 달성’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썼다. 또 일본 실사 영화 역사상 두 번째 천만 영화이자, 역대 실사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