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화제가 된 ‘귤 홈쇼핑’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7일 정규 11집 ‘또 다른 곳’ 발매를 기념해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루시드폴은 “제주도 친구들과는 노동요 틀어놓고 귤 포장한다”며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귤 농장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올해 귤 농사에 관해 묻자 “올해는 앨범 작업에 영혼을 갈아넣고, 몸을 갈아넣느라 5월 지나고 나서는 농장일에 진짜 소홀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무들이 잘 견뎌줘서 미안하다”며 귤나무에게 사과했다.
루시드폴 하면 첫 번째 연관검색어가 ‘귤’일 정도로 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정규 7집 발매 기념으로 진행했던 ‘귤 홈쇼핑’은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손꼽힌다. 당시 루시드폴은 정규 7집 CD와 직접 쓴 동화책 ‘푸른 연꽃’, 제주에서 재배한 귤 1㎏을 담아 한정판 패키지로 1000세트를 팔았다. 9분 만에 품절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루시드폴은 ‘10년이 흘러도 회자될 것을 예상했느냐’는 물음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홈쇼핑 방송을 직접 보신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새벽 2시 방송이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일부러 새벽 2시에 방송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루시드폴은 “편성을 못 받아서 그랬다”고 했다. 이어 “홈쇼핑은 철저히 매출에 따라 방송 시간대가 정해진다고 한다”며 “모든 홈쇼핑 채널에 연락했는데 시쳇말로 다 까였다. 그러다 한 홈쇼핑 채널에 저희처럼 은은하게 돈 분들이 계셨는지 받아주셨는데, 위에서는 반대해서 겨우 새벽 2시 편성을 받았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의 홈쇼핑 방송은 매진은 물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젯거리가 됐다. 루시드폴은 “우리끼리 이상한 짓 한번 해보자며 유희열 형이 낸 아이디어였는데, 전해 듣기로는 이슈가 되니 담당자가 승진하셨다더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홈쇼핑을 다시 할 생각은 없다”며 “이제는 새벽 2시에 못 일어난다”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루시드폴의 정규 11집 ‘또 다른 곳’이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발매된다. 3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앨범으로, 루시드폴이 전곡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과 믹스, 바이닐 마스터링까지 직접 담당했다. 이번 앨범은 깊게 그늘진 어둠과 그 어둠을 이겨낸 눈부실 햇살에 관한 이야기다. 마치 삶의 곳곳에 존재하는 명암의 순간을 말하는 듯 서로 다른 풍경과 극적인 감정이 교차되는 트랙들을 따라가다 보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연대해 지금과 ‘또 다른 곳’에 다다른 이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