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밥 많이 먹고 왔구나!”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은 앳된 함성으로 가득 찼다. 4세대 대표 아이돌 아이브(IVE)의 두 번째 월드투어 ‘SHOW WHAT I AM’ 서울 공연 마지막 날. 아이브는 2시간 30분 동안 따로 또는 같이 변신을 거듭했고, 지칠 줄 모르는 아기 다이브(아이브 팬덤명)는 공연 끝까지 무대 위 멤버들을 응원했다.
아이브는 2021년 12월 데뷔하자마자 ‘ELEVEN’ ‘LOVE DIVE’ ‘After LIKE’ 싱글 3곡을 연달아 메가 히트시켰다. 어느덧 데뷔 5년차인데 인기는 주춤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 발매한 세 번째 미니 앨범 ‘IVE EMPATHY’의 수록곡 ‘REBEL HEART’로 국내 주요 음원 차트를 섭렵하고, ‘ATTITUDE’로 폭주 기니 챌린지를 유행시키더니 ‘XOXZ’까지 역주행시켰다. 이 세 곡으로 올해만 음악 방송에서 트로피 20개를 휩쓸었다.
‘초통령’ ‘MZ세대 워너비’라는 수식어답게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 팬들이 눈에 띄었다. 공연장 밖에 세워진 관객 보호자 대기 천막은 아이브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안유진 광팬인 맏딸을 위해 총출동한 가족도 있었다. 전모(13)양은 아이브 콘서트를 위해 어머니, 아버지, 초등학교 2학년 여동생과 함께 대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전양의 어머니는 “티켓을 한 장밖에 구하지 못해 둘째가 섭섭해했지만 첫째가 아이브를 너무 좋아해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근처에 호텔도 하루 잡았다. 공연 마칠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공연에서 안유진, 가을, 레이, 리즈, 장원영, 이서. 여섯 멤버는 무한 변신을 꿰하며 시선을 빼앗았다. 검정 가죽 의상을 입은 센 언니로 포문을 열어 ‘Baddie’ ‘My Satisfaction’ ‘Accendio’ 등 8곡을 숨 고를 새 없이 불렀다. 뒤이어 날개 달린 순백의 천사들이 시티팝풍으로 편곡한 ‘Off The Record’를 차분하게 부르더니, 갑자기 의상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무대 위 여왕으로 다시 변신했다. ‘ATTITUDE’ ‘LOVE DIVE’ ‘REBEL HEART’ ‘Kitsch’ 등 히트곡 메들리가 나오자 놀이공원에서 들을 법한 명랑한 환호가 쏟아졌다. 안유진은 공연 후반부에도 ‘I AM’의 찌르는 듯한 고음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아이브는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2023년 첫 월드투어로 19개국을 돌고 롤라팔루자 등 글로벌 페스티벌에 서며 갈고 닦은 실력을 증명해 보였다. 멘트는 줄이고 150분 공연을 27곡으로 꽉꽉 채웠다. 앙코르 무대까지도 지친 기색은 없었다. “소리 질러” “목소리, 이거 아직 아닌데~” 팬들과 소통하고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은 더 노련해졌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멤버들의 미공개 솔로곡. 장원영은 붉은 미니 드레스를 입고 강렬한 외모를 뽐냈다. 이어 ‘에잇(8)’으로 롤라팔루자를 휘어잡았던 저음 래핑을 선보였다. 단발머리의 레이는 귀여운 핑크 후드를 입고 나와 ‘In Your Heart’를 부르며 애교를 발산했다. 가을은 ‘Odd’를 통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냈고, 리즈는 감성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경쾌한 밴드풍 노래 ‘Unreal’로 승부를 봤다. 빨간 리본으로 치장한 이서는 빠른 비트의 ‘Super Icy’에 맞춰 보깅에 도전했고, 파란색 헐렁한 상하의를 입고 나온 안유진은 ‘Force’를 통해 걸스힙합 분위기의 안무를 선보였다.
솔로 무대에선 각자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멤버 모두 솔로곡 작사에 참여하거나 무대 콘셉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고 한다. 장원영은 “‘에잇(8)’은 제가 좋아하는 색 레드를 노래로 만들면 어떨까 고민해서 온 곡”이라고 했다. 가을은 “‘Odd’를 통해 신비롭고 몽환적인 성녀 느낌을 내려고 했는데 다행히 팬분들이 의도를 알아준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가을은 ‘삐빅(♥beats)’ 안무 창작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리즈는 “첫 콘서트 땐 시키는 것만 했는데 이번 콘서트에는 저희 의견을 많이 냈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준비했다”며 “그래서 마지막 날이라 후련하다. 열심히 소리 질러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영원이란 말을 믿지 않는데, 다이브랑만큼은 꼭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더 큰 공연장에서 만나요.” 아이브는 다음을 기약하며 서울 공연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진행된 서울 공연에는 총 관객 2만8200여명이 모였다. 아이브는 이후 아시아,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대륙을 돌며 전 세계 팬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