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와 연예기획사 어도어 간 전속 계약이 유효하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30일 나온 가운데, 이번 소송에서 화제가 됐던 하니의 ‘무시해’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인격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시해’ 사건은 뉴진스 멤버들이 작년 9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어도어에 시정 요구 사항을 전하는 과정에서 폭로됐다. 하니가 모회사인 하이브 사옥에서 다른 계열사 걸그룹인 ‘아일릿’을 마주쳤는데, 아일릿 매니저가 자기 멤버들에게 ‘무시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폭로로 하니는 작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직장 내 따돌림’ 관련으로 증언하기도 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연예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뉴진스는 이와 관련해 “소속사에 문제 제기를 했으나 어도어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전속 계약 해지 사유 중 하나로 제시해 왔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거 하니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카카오톡에서 나눈 관련 대화를 보면, 하니가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 전 대표가 ‘무시해’라는 발언을 강조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하니가 민희진에게 ‘아일릿 매니저가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라고 하신 걸 들었다’ ‘정확한 말은 기억이 안 나고, 그런 말이었다’라고 했고, 민희진은 ‘무시해 이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무시해’는 민희진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후 민희진이 ‘무시한 멤버 누구냐’라는 메시지를 보내 ‘무시’라는 내용을 강조했다”며 “‘너 혼자 먼저 인사한 거고 매니저가 무시하라고 지시한 것을 들었고, 두 명은 네 인사를 안 받고 한 명은 눈인사 이게 맞지?’라고 메시지를 보내며 마치 하니가 공격적인 상황을 당했다고 재구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보면 아일릿 멤버들이 하니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기도 한다며 “증거만으로 (하니가) 아일릿 매니저에게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어도어가 하이브에 CCTV 확인 요청을 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꼈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뉴진스와 아일릿의 기획안, 화보에서 일부 유사한 점이 확인되나, 아일릿이 뉴진스 콘텐츠를 복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여성 아이돌 콘셉트는 상표권, 퍼블리시티권, 지식재산권 등에 포함된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뉴진스 멤버들은 하이브와의 갈등으로 해임된 민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 복귀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작년 11월 어도어의 전속 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며 독자 활동을 예고했다. 이에 어도어는 뉴진스와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같은 해 12월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1심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항소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