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팬페이지.

“한국 팬들의 ‘싱어롱’(떼창)에 외국 팬들이 처음엔 낯설어하지만, 막상 경험한 뒤 굉장히 강력한 참여 모델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렇게 한국식 팬덤 문화가 해외로 확대되고 있어요.”

미국 넷플릭스의 글로벌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공식 팬 커뮤니티를 제작한 서우석(47) 비마이프렌즈 공동대표는 “요즘 해외 아티스트와 기업들이 ‘같이 해보자’고 먼저 손을 내민다”면서 “한국 팬덤 비즈니스 모델을 세계에 수출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일 글로벌 팬덤 플랫폼 ‘비스테이지’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케데헌’ 공식 팬 커뮤니티는 전 세계 K팝 애호가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다. 1호 상품으로 선보인 ‘헌트릭스’ ‘사자 보이즈’ 멤버십 전용 키트(kit)는 한 달도 안 돼 모두 매진됐다. 2만5000원 상당의 이 멤버십 키트에는 멤버별 키링, 포토카드, 스티커, 배지 등 다양한 상품이 수록돼 있다. 이를 필두로 서울은 물론 아시아 지역 팝업 스토어도 선보일 계획이다. 멤버십 가입은 무료로, 각종 팝업 스토어나 콘서트 같은 행사를 먼저 예약할 수 있는 우선권도 주어진다.

그는 국내 순수 토종 비즈니스로 출발한 팬덤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를 넷플릭스 히트작 ‘케데헌’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룰을 만들고, 우리의 방식을 세계에 수출하는 겁니다. K컬처가 갖는 거대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설루션 ‘비스테이지’를 운영하는 비마이프렌즈의 서우석 공동대표는 “한국 팬덤 특유의 문화인 ‘소속감’이 이제는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마이프렌즈

원래 그는 IT 업계 출신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대형 K팝 기획사 하이브(과거 빅히트)의 기술 고문을 역임하고, 하이브의 플랫폼 자회사 beNX 대표로 지난 2018년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주역. 하이브의 K팝 아이돌인 BTS(방탄소년단)가 빌보드 차트를 휩쓰는 등 전 세계적인 팬덤이 만들어지면서 팬덤 플랫폼을 통한 이른바 ‘팬코노미(팬덤+이코노미)’ 시장을 개척했다.

아주대 컴퓨터 공학부와 카이스트 대학원을 졸업한 서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주는 MVP(Most Valuable Professional)를 3년 연속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업계 IT·보안 전문가로 불렸다. 2005년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 80명에 선발돼 대통령 메달을 받기도 했다. 시골 어촌에서 태어난 서 대표는 청소년 시절 ‘컴퓨터 두 시간 무료 사용’ 기회를 얻기 위해 수학 경시 대회에 출전해 입상하는 등 컴퓨터에 매료돼 살았다. 그는 “젊을 때부터 해외 사업에 관심이 많아 대학 시절 제 컴퓨터에 ‘벤처기업’이란 이름을 붙였다”면서 “친구들이 ‘미쳤다’고 놀려댔지만 정말 컴퓨터 배낭 하나 메고 전 세계를 무대로 뛰었다”며 웃었다.

서 대표는 과거 위버스 플랫폼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BTS 인기가 급증하면서 소셜 미디어상에서 글로벌 팬들의 ‘좋아요’나 ‘조회 수’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알았지만, 팬덤 규모나 국적 등 정확한 수를 알기 어려웠다”면서 “팬덤 플랫폼이 구축된 뒤에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비즈니스 성패 예측도 한층 쉬워졌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케데헌’ 측과 손잡게 된 것은 서 대표의 빠른 판단이 주효했다. “6월 20일 케데헌이 공개되자마자 ‘이거다’ 싶어 바로 다음 날 넷플릭스 측에 연락을 취해 설득했습니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사업을 위해 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서 대표는 “모든 팀원이 전투적으로 뛰어들어 계약 협의서부터 커뮤니티 디자인, 상품 기획, 마케팅 플랜까지 두세 달 안에 모두 끝냈다”면서 “K팝 팬덤에서 배운 노하우를 압축해서 보여주니 해외에서도 놀라워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