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예은(27)은 ‘시(詩) 쓰듯’ 연기하는 배우로 통한다. 시선 처리부터 목소리, 입꼬리 움직임까지 압축적이다. 지난해 드라마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정년이’(tvN)에서 우리 소리를 내기 위해 하루 8시간씩 판소리 연기 수업을 받았고, 19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백 번의 추억’에선 1980년대 버스 안내양을 맡기 위해 그 시대 다큐멘터리를 탐독하며 ‘오라이’를 수만 번 외쳤다.
신예은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서종희(‘백 번의 추억’ 배역)의 진짜 멋짐은 풍선껌을 완벽하게 부는 데 있다고 생각해 풍선을 불고 또 불고,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도 여전히 아쉽다”고 했다. 이런 부분은 아무리 AI 기술이 발전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디테일이다. ‘백 번의 추억’은 드라마 내용이 중반 이후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김다미와의 우정을 비롯해 상처에 대한 극복 같은 이야기들이 중첩되며 시청률 8.1%(닐슨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종영했다.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한 신예은은 학창 시절 ‘예쁜 배우’로만 통했다. 하지만 ‘미모’로 일군 화제성은 일회적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2022)에서 악역 박연진의 어린 시절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미국 대중문화 매체 ‘스크린 랜트’에서 ‘악역의 교과서(masterclass)’ 같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 최초 오리지널 사극 시리즈 ‘탁류’에선 조선 최고 상단을 이끄는 장사꾼으로 변신해 진취적인 신여성상을 선보였다.
신예은이 시 쓰듯 연기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수 있다. 그녀는 최근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드라마 ‘백 번의 추억’ 종영 인터뷰에서 “순간을 향기로 기억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따뜻하면서 차분해지는 향기예요. 오후 2시쯤 뜨겁지 않은 노란색 햇살이 뿜어져 나오는데, 갈색 고양이가 식빵 굽고 있을 것만 같은(고양이 특유의 포즈) 그런 느낌에 레트로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듯한 그런 향기요.” 시각·청각·촉각을 아우르는 공감각적 표현은 그녀의 감각적 작품 해석력을 엿보게 한다. 미 포브스지는 신예은에 대해 “높은 캐릭터 이해도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K드라마 스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