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홍보 영상을 제작한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이재명 대통령을 주차 관리원 역할로 등장시킨 이유를 밝혔다.
외교부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2일 특별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APEC 홍보대사를 맡은 지드래곤을 비롯해 박찬욱 감독, 안성재 셰프, 아이브 장원영, DJ 페기 구 등 대한민국의 각 분야 대표들이 다양한 역할로 등장했다.
이 영상은 그간 독창적인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은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맡았다. 신 감독은 이번 홍보 영상의 주 무대를 한옥 외관의 식당으로 설정하고, 각 분야를 대표하는 다양한 K-셀럽들을 지나쳐 우리의 전통문화를 품고 있는 경주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연출했다. 이후 그 앞에 모여앉은 APEC 참가국 파일럿들의 모습이 보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항공기 유도원으로 등장해 각국의 항공기들을 대한민국 뒤로 정렬시키며 영상이 마무리된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돌고래유괴단이 제작한다는 소식에 누군가는 코미디를, 누군가는 파격적인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했을 수 있다”며 “각기 다른 기대를 알기에 연출 제안을 받고 고민했으나 그보다는 목적과 취지에 오롯이 집중하자고 결론을 내리고 제작 참여를 결정했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창의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효과적인 영상을 만드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유일한 지향점으로 두고 작업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이 대통령을 ‘주차관리원’ 역할로 등장시킨 데 대해 “개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이 대통령이 꼭 참여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권위적으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가국들의 항공기들을 정리하는 주차관리원 역할을 요청드렸는데, 쉽지 않은 선택에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또한 바쁜 스케줄을 쪼개 영상에 참여한 출연진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신 감독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대표할 수 있으면서도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진 인물들이 반드시 필요했다”며 캐스팅 과정에서의 고심을 드러냈다. 지드래곤은 미국 뉴욕 공연 직후 귀국해 촬영을 마친 뒤 곧바로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하는 강행군을 소화했고, 박찬욱 감독 또한 바쁜 영화 홍보 일정 중 귀국 시점에 맞춰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우리나라가 K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를 무대로 고유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익숙한 기존의 국가 행사 홍보 영상의 문법을 벗어나 독특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의 주목적은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는 점을 알리면서 동시에 국민이 국가적 행사 개최에 대한 자부심, 고양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저 역시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